한국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이 병은 소, 돼지, 사슴, 염소, 양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들에서 입·발에 수포를 동반한 통증과 고열을 일으키며 최대 치사율은 55%이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며 변종이 많아 마땅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 병에 걸린 가축은 후유증이 심하며 생식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구제역에 걸리지는 않으나 균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전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된다.
20세기 이전에는 질병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미생물의 감염에 의한 질병이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장기와 상처의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수은과 같은 독성 강한 중금속 약물이 사용되었다. 그런 약물은 부작용이 심했고 치료도 잘 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감염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다행히도 1928년 영국의 플레밍 박사의 페니실린 발견은 치명적인 감염으로 부터 인류가 자유로워지는 항생제 개발의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항생제가 갖는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항생제에 의하여 쉽게 병균이 죽지만 반복하여 같은 항생제를 사용하면 항생제에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얼마 전부터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을 하였다. 이는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를 말한다. 1961년 영국에서, 1996년에는 일본에서 아주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보고된 후 미국에서도 급증하였다. 2004년 미국에서 이 감염으로 죽은 사람이 에이즈로 사망한 수 보다 많았다. 이제는 우리 커뮤니티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많이 발견되는 상황이 어서 걱정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여러나라 과학자들의 슈퍼 박테리아 퇴치연구가 활발하여 항생제 저항성을 일으키는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성과가 괄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감염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병원에서도 손을 비누로 30초 이상 잘 닦아주는 것이 감염을 가장 많이 줄이는 쉽고도 경제적인 방법임을 모든 의료진에게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유목민들도 이런 비결을 알았던지 염소의 지방과 나무가 타고 남은 재를 혼합해서 사용했는데, 그것이 비누의 시초였다고 한다. 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올리브유와 해초를 태운 재를 써서 만든 비누가 일반 대중 사이에 널리 사용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누로 손을 닦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나, 모든 의료진은 매일 사용하는 의료기록부를 SOAP(비누)의 형식으로 기록한다. 의료인은 제일 먼저 환자가 말하는 주관적인 호소,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적는다(Subjective). 그 다음에는 객관적인 사실 즉 체온, 혈압, 맥박 등과 검사결과를 기록부에 적는다(Objective). 그리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Assessment). 그 다음에는 치료의 계획을 세운다(Plan).
각 단어의 첫 자을 따오면 SOAP가 된다. 의료인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기록부를 적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한다. 주관적인 이야기와 객관적인 사실을 합쳐서 생각하고 앞으로의 진료를 계획하는 방식은 어쩌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려 했던 우리 선조들의 생각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청결하게 씻어내는 비누(SOAP)는 무엇일까? 기름과 재가 만나면 비누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에서 자신만을 생각하려는 탐욕의 기름이 자신을 불태우는 사랑과 희생의 재와 만나면 마음을 씻어주는 비누가 될 것 같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다른 이를 탓하는 내 마음을 그 비누로 청결하게 씻는다면, 나는 정직과 성실함을, 사랑과 희생정신을 회복하고 현대의 혼탁함에서 자유롭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홍식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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