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네스 애비뉴를 지날 때 포스터를 보며 한국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공연을 보고 싶었었는데 마침 한국일보사에서 여성의 창을 쓴다고 표를 주시어 친구 3명과 함께 관람했다.
처음에 심청 공연이 오페라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했던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왠지 발레라 하면 어려운 서양 작품이 생각나고 우아하게 춤추는 것으로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장소가 오페라 하우스이니 만큼 좋은 발레공연일 것임이 기대돼 기쁜 마음으로 갔다. 좌석도 오케스트라 센터 쪽으로 아주 좋았다.
초가집을 배경으로 발레가 시작되었다. 청이가 아주 빨리 자라고 곧 팔려가는 장면에서 일막이 내려졌다. 나는 두 부녀의 이별이 너무나 애절해서 울고 말았는데 우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두 번의 인터미션이 끝나고 3막에서, 결국 생이별한 부녀가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실로 감격적이었다. 모든 관중이 기립하고 열광하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무대장치며 한복, 무용수들의 춤도 수준급 이었으나 발레 ‘심청’이 관객들에게 가장 호소력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한국적 감각이 스며있는 구슬픈 곡들의 음향효과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만 팸플릿이 일반 발레 공연에 비해 조금 초라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한 가지 유감스러웠던 점은 3막이 되어서야 공연장이 가득 메워졌다는 것이다. 왜 처음부터 관람하지 못했을까? 점점 한국인의 위상이 드높아져 가는데 이 같은 문화 행사에 좀 더 서둘러 참석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밤하늘 아래 걸어가는데 작은딸의 전화가 왔다. 한참 연락이 안돼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촌언니가 페이스북에서 보니 그 애가 뉴욕에 출장 가 있더라고 했다. 딸과 쉽게 연락하려고 스마트폰까지 장만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불통이고, 이젠 페이스북까지 해야하나……. 반가움 보다는 괘씸한 생각에 효녀 "심청"도 보았겠다, 한번 쏘아부쳤다.
“너 효녀 심청이 십분의 일만 따라가라!” 어려서 들려주어서인지 내용은 아는 듯 “엄마 무슨 소리야? 나 그 여자 싫어. 치마 뒤집어쓰고 물속에 빠진 사람? 난 안 닮을래. 죽긴 왜죽어.” 하는 게 아닌가. 같이 간 젊은 학생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역시 시집을 잘 가야 진짜 효도를 하겠네요." 해서 우리는 함께 웃고 말았다.
(아여모 북가주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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