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푸른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여직원과 함께 직장 은퇴 기념을 위한 파티에 참석하였다. 초대되어 간 집은 찬란한 대저택 이었는데 오픈된 가든을 들어가니 1 에이커가 넘는 확 트인 광활한 땅에 잔디가 곱게 빗질하듯 누워서 바람에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다.
작은 가든에는 화려한 옥외 키친이 한쪽으로 차지하고는 3 명의 미남 요리사가 화끈한 음식을 해 내놓았고, 넓은 정원에서는 4 명의 밴드조가 옥외 무대를 설치하고는 끊임없이 팝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옥외 와인바는 각종 와인으로 출렁출렁 넘쳐나고 있었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100여명의 초대 손님들은 파티를 즐기면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함께 참석한 여직원은 한국인이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서인지,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채 리빙룸에 혼자 앉아 TV리모트만 눌러대고 있었다. 잔뜩 기가 죽어서 TV에만 시선을 꽂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낯설어 보였다. 그러나 항상 회사내에서 발랄한 그녀가 사교나 교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나의 민첩성을 발휘하여 그녀를 밀다시피하여 비슷한 또래그룹 테이블에 앉혔다.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온 몸이 경직되어 있었지만 회사에서의 그 명랑성을 찾으리라 믿고, 나도 내 그룹으로 되돌아와 밴드에 맞춰 남들처럼 흔들흔들했다. 허지만 내가 읽었던 <주눅을 격퇴 시키는 방법>을 그녀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온 힘을 다해서 기억해냈다. 그 방법들을 열거하면
1. 각오하라, 자신이 각오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2.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도록 노력하라. 자신을 높여주는 것은 타인이다
3. 변명하지 마라. 초라한 사람일 수록 변명한다
4. 자기 소개를 대충하지 마라
나는 테이블에서 이 방법들을 혼잣말로 하면서 머쓱하게 홀로 앉아 있을 그녀의 테이블을 쳐다보니, 그녀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고 날개 돋은 새처럼, 또래 그룹들과 막춤을 춤추면서 어울리고 있었다. 그순간 <주눅 격퇴 시키는 방법>이 필요한 사람은 사실 내가 아닐까 중얼거리면서, 나 역시 락밴드에 맞추어서 노래를 흥얼흥얼댔다. 하얀 구름이 몸에 착착 감기는 기분 좋은 날이었다.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