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널스 5차전 선발 크리스 카펜터의 뒤에 필리스 홈구장 외야에 있는 ‘리버티 벨’이 보인다. 그가 과연 필리스의 시즌을 “종 치게”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리즈의 최종 5차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길러낸 두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와 크리스 카펜터의 커리어 첫 대결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끈다.
베스트프렌드 관계지만 시즌 생명이 걸린 마당에 양보는 없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함께 낚시하러 갈 계획까지 세웠지만 이제는 서로 먼저 떠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원래는 에이스 4명을 앞세운 필리스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시리즈다. 하지만 카디널스는 그 중 클리프 리와 로이 오즈왈트를 때려눕히고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왔다.
부담이 큰 쪽은 할러데이다. 필리스는 정규시즌에 리그 전체 최다 102승(60패)이나 올렸지만 기대치가 워낙 높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에 못 오르면 무조건 ‘실패작’으로 볼 수밖에 없는 팀이기 때문이다.
할러데이는 1차전에서 카디널스를 꺾었지만 1회 랜스 버크만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은 출발은 불안했다. 그 후로는 아웃 21개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11-6 연적승의 발판을 놓았다.
카펜터는 2차전에서 부진했다. 3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4실점, 이번 시즌 가장 빠르게 강판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래도 최종전의 승부를 맡겨주길 바라는 승부사가 바로 카펜터다.
할러데이와 카펜터는 6피트6인치 신장과 230파운드 체중이 똑같은 등 공통점이 많다. 우선 올해 34세인 할러데이는 1995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7번째로 뽑힌 뒤 8차례 올스타로 뽑힌 커리어를 작성했다. 양쪽 리그에서 사이 영 상을 수상한 투수로 토론토와 필라델피아를 합쳐 14년에 걸쳐 통산 188승92패를 기록했다.
올해 36세인 카펜터는 팔 부상이 잦았던 탓에 기록이 할러데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199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5번째로 뽑힌 뒤 3차례 올스타로 뽑혔고, 2005년 내셔널리그에서 사이 영 상도 수상했다.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를 합친 14년 통산 전적은 144승92패.
이미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링을 손가락에 끼고 있는 쪽은 카펜터다. 할러데이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초 토론토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결과 필리스로 이적했지만 카펜터는 2006년 월드시리즈에서 카디널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꺾는데 일조하며 먼저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할러데이는 필리스로 이적한 첫 해 정규시즌에는 퍼펙트게임, 포스트시즌에는 노히터의 기염을 토하며 양대 리그에서 사이 영 상을 수상한 투수가 되는 등 임무를 다했건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물려 월드시리즈 진출의 한을 풀지 못했는데, 올해도 1회전부터 벼랑 끝에 선 불안한 신세다.
이렇게 고전할 줄 알았다면 필리스는 카디널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돕지 않았을 것이다. 필리스가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휩쓸어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행 막차에 올라 탄 팀이 바로 카디널스였기 때문이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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