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클리에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원래 버클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만 지역이 지진대라고는 하지만 지난 1년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꽤 큰 규모의 지진이 한달 사이에 4번 이상 연달아 일어났고, 어제는 평소 버클리에 불던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강한 바람이 휘몰아쳐 온 집이 삐걱거리고 창문이 깨질 듯 흔들려 밤새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나는 비교적 지진으로부터는 안전한 한국에서만 19년을 살아왔던 터라 몸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지진은 이번에 버클리에서 느낀 것이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었기에 매우 충격이 컸다. 이 곳에서 제일 처음 지진을 느낀 적은 이번 여름 버클리에서 혼자 자고 있을 때였는데,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때 마치 놀이기구 탄 것처럼 집이 좌우로 흔들려서 놀라서 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캘리포니아 지진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자다 깨서 비몽사몽 했던 나머지 “뭐지?”하는 생각과 함께 금방 다시 잠이 들었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지진이었다고 글을 많이 올리는 바람에 사태파악을 하고 오싹했던 기억이 있다.
지진을 더 제대로 느꼈던 적은 몇 주전 오후 2시쯤 한 자그마한 강의실에서 10명 정도의 학생들과 GSI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을 때였는데, 갑자기 온 건물이 좌우로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어렸을 때 지진발생 시 대처방법에 대해 배우긴 했었지만 너무 오래 되어 기억도 안 날뿐더러 지진을 직접 몸으로 겪어 본 적도 거의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잠시 의자에 얼어있었는데, 주변 학생들과 GSI가 매우 자연스럽게, 하지만 매우 신속하게 책상 밑으로 들어가자 나도 빨리 따라 들어갔다. 지진은 몇 초 만에 곧 멈추었고 우리는 다시 의자에 올라와 앉았는데, 웃겼던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 지 5초도 안 되어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곧바로 원래 하던 수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보다 지진에 대해 훨씬 익숙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어제 갑자기 강풍이 몰아치자 친구가 왜 이렇게 버클리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우냐면서 하인리히의 법칙을 언급했다. 이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으로 최근 몇 달 사이 발생한 수 차례의 지진과 이상기후가 혹시나 이 “수많은 경미한 징후”에 포함이 될까 너무 무서웠다. 부디 버클리에서 계획한 4년의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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