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암탉들이 알을 5개나 낳았다. 평소엔 세 마리가 하루 걸러 2~3개씩 밖에 낳지 않았는데, 새해선물인가? 세뱃돈을 노리는 걸까? 어쨌든 이 녀석들, 참으로 기특하다. 지난해 7월부터 더 이상 알을 낳지 않길래 무척 아쉬웠는데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10월초, 다시 알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 몇가지 일로 다소 심난했었다가 엄마 마음을 달래주듯, 소망을 품은 달걀들을 보고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2년전 6월, 딸아이 생일선물로 생후 이틀 된 병아리 다섯 마리를 입양해왔다. 입양 당시, 생후 2주된 아기염소 두 마리가 우리 손을 핥으며 “음매~”하는 소리를 듣고 온 가족이 넘어가 계획에 없던 얌생이 두마리까지 데려오게 됐다. 그후 손바닥만한 뒷뜰에서 수컷 오골계 두마리와 암탉 세마리, 숫염소 두마리가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병아리가 자라 제법 닭의 위용을 갖출 즈음, 시도때도 없이 울부짖는 수탉들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름을 잘못 지어(오골계라‘차콜과 미드나잇’) 그렇다는둥, 뒷뜰 전체를 방음벽으로 하자는둥 아이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역시 해결되었다.
밤 12시 넘어 새벽3 시까지 아무 때나 “꼬끼오~”해대는 소리를 듣다 못한 아랫층 염소가 어느날 윗층 닭장을 머리로 들이받아 버렸다. 그렇게 두어번 들이받치고는 그 다음부터 수탉들은 새벽 5시 이전에는 울지 않게 되었다.
아침마다 뒷뜰을 청소하고 밥을 줄라치면 닭들은 부리로 콕콕- 내 발을 건드리고 염소들은 얼굴을 부벼댄다. 그들만의 감사법이다. 밥값하느라 용쓰는 우리 암탉들과 날마다 새벽 깨우기 임무를 잊지 않는 수탉들, 그리고 뒷뜰의 군기대장 숫염소 샌디와 페블에게 참 고마운 생각이 든다.
오후엔 모처럼 볕이 까실까실할 거 같은데, 햇살 꽂힌 담장밑에 줄지어 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꼬꼬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미물들도 주인에게 감사할 줄 알건만, 가끔씩 지으신 이와 지금까지 돌봐주신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우리들이란...
2012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사는 한 해가 되고 싶다.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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