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길 양쪽으로 포도밭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과실수가 사관생도들처럼 멋지게 줄지어 심겨져 있는 넓은 들판을 달려 일터를 오간다. 그러다 보니 농사꾼도 아니면서 들에서 자라는 갖가지 나무들의 생태와 계절에 따른 아름다움을 많이 보고 사는 편이다. 살아 있는 것은 자라고 변화되어 가면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일년 365일이 다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있고 느낌이 있다.
4월의 들판. 얼핏보면 온통 녹색물감을 팍 엎질러 놓기라도 한 듯 심심한 풍경으로 보이지만 실은 생명력이 넘치는 시기이다.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어린 새 순들이 쉴틈없이 속살을 찌우며 자라나는 때이기도 하고 풍성한 열매가 맺힐 희망을 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여름 태양의 열에 녹아 내린 달디단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꼬리를 다 감추기도 전에 제일 먼저 ‘우리가 겨울을 이겨 내고 이렇게 살아있답니다’ 라며 입가에 두 손을 모으고 소리라도 지르듯 핑크색과 흰색으로 피어났던 그 황홀했던 꽃들. 그 아름다운 꽃들마저 떨어내 버리고, 땅 위로 떨궈진 꽃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해 밭 언저리에서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을 때, 가지는 벌써 유록색의 새순들을 밀어 올리지 않았던가.
살아있고 자라며 열매를 맺는 자연의 법칙에는 단 하나의 쉼표도 없다. 마치 술술 풀려 나오는 실타래처럼 하나로 이어진 생명의 고리이다. 흙과 물과 햇볕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달콤한 결실이다. 그래서 난 이 4월이 생명의 달이요 희망의 달이라고 생각된다. 자연의 법칙은 바로 우리의 스승이고 하나님은 자연 속에 모든 삶의 해답을 다 담아 놓으셨다고 믿으니까.
그래서 부활절도 4월에 있나 보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실망을 주신 힘 없고 초라했던 예수님, 그러나 살아나심으로 우리에게 참 소망을 보여 주신 사랑의 예수님. 당신은 정말 연약한 새순처럼 나타나 그 혹독한 뜨거움을 견디어 내고 달콤한 열매를 맺으셨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얻으셨습니다. 아니지요.
우리가 그 달콤한 열매를 따 먹듯이 예수님의 사랑안에서 기쁨을 맛보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오늘은 진정 고백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생명력이 넘쳐나는 4월의 들판에서. 그야말로 너무나 심심해 보이는 녹색의 바닷속 물결 속에서. 저는 예수님의 부활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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