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들어간 첫 회사에서 나는 돈을 벌거나 안정적인 생활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고돼보고 싶었고, 남들이 넌 어려 모른다 하는 일들의 정체들을 알고 싶었다. 해서 회사 선택에 신중하지 않았다. 덕분에 원대로 박하고 고된 시간을 보냈다.
회사 분위기는 항상 숨 막혔다. 십분 간식시간도 허용되지 않았다. 오래 버티는 직원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 회사엔 내 업무를 보던 선배가 없었다.
사장도 내 업무를 어떻게 가르치고 지시할지 헤맸다. 마음같이 나를 써먹을 수 없을 땐 그 짜증을 내게 풀었다. 동료들도 경력이 없다며 나를 무시했다. 나는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밀린 업무에 치여 매일 자정을 넘기고 퇴근했다. 숨을 쉬면서도 쩔쩔매고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을 졸이던 나날이었다.
매일 비장하고 급해서 퇴근하면 쫓기듯 잠자리에 들었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찌르고 한창 기승이던 더위가 목덜미를 긁었다. 마음이 쑤다만 죽처럼 엉망이었다. 잠이 올 리 없었다.
그런 어느 날 집 밖 화단에서 작은 풀벌레 소리가 넘어와 울고 싶은 기분을 만져 풀고, 안아줬다. 마음이 잘 듣는 약을 바른 것처럼 가라앉았다. 그 날 이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되고 기분좋게 노곤해졌다. 잠을 잘 수 있었다.
얼마 전 더운 방공기를 덜어내려고 창을 열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풀벌레 소리를 들었을 땐, 그래서 좋았다. 고마운 옛날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금세 청승스러워졌다.
다 잊은 줄 알았던, 어리숙해서 겪은 그때의 마음고생들이 머릿속에 기승을 부리면서 살아나서였다. 내일에 대한 기대 없이 잠들던 어린 나이의 밤들도, 앞날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가 숨죽고 다쳐가던 나날도 떠올랐다.
좋았던 풀벌레 소리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고 여기던 만능 연고를 바르고 상처가 덧난 기분이었다. 억울하고, 허전도 했다.
돌이켜봤을 때 여지껏 마음 아프게 남는 일은 괴로움 속에 있는 나를 내가 돕지 못했던 순간들이었다. 고통의 종류도, 상황도 틀렸지만 아직껏 욱신한 기억은 다 그랬다.
시간은 추억의 탈을 써도 다 아름다워지진 못한다. 부디 후에 돌이켰을 때 새로운 상처가 되지 않는 오늘이 되도록 애써야겠다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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