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멕시코올림픽 남자육상 200m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피터 노먼(오른쪽)은 타미 스미스(가운데)와 잔 카를로스 의 ‘검은 장갑’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흑인운동 패치를 상 의에 부착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인종 차별에 항거하는 의미로 시상대에서 미국흑인 육상선수들이 펼친‘ 검은 장갑’ 사건에 동조했다가 자국 국민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던 호주의 백인 육상선수 피터 노먼이 하늘에서나마 한을 풀게 됐다.
AP통신은 21일 호주 의회의 앤드루 레이 의원과 존 알렉산더의원이 노먼에 대한 호주인들의 처사가 가혹했다며 의회 차원에서 44년 만에 공
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검은 장갑’ 사건은 당시 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타미 스미스와 잔 카를로스가 미국 내 만연하던 인종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상대에서 취한 동작이다. 이들은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하늘로 내뻗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시 은메달을 땄던 노먼은 시상식 때 함께 행동하자는 미국 선수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검은 장갑은 끼지 않았으나 흑인운동을 상징하는 패치를 운동복 상의에 부착하고 나섰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제스처였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적 행동이었다며 두 선수를 선수촌에서 즉각 추방했다. 또 이 행위에 동참한 노먼은 귀국 후 호주 국민에게서 갖은 비난에 시달렸고, 1972년 뮌헨올림픽에는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대표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숱한 수모를 겪었다. 결국 우울증에 빠진 노먼은 2006년 심장마비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후 노먼을 재조명하는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면서 호주 의회가 뒤늦게 성명을 내고 그의 실추된 명예를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호주 연방 의원들은 입을 모아 노먼이 영웅적인 행위로 인종 차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추모했다.
그러나 때늦은 호주인들의 반성에 대해 노먼의 평생 친구로 남은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카를로스는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과가 너무 늦었다”며 “(호주인들이 노먼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겼고 노먼의 명예는 영원히 복권되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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