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그곳에는 방울토마토, 오이와 고추, 호박과 가지, 깻잎 등을 심어 놓았지만 가장 효녀 노릇 하는 것은 오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마당의 텃밭으로 가서 싱싱한 오이 하나를 따서 숭덩숭덩 썰어 고구마 아니면 식빵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울토마토도 몇 개씩 아침상에 올라 왔었다.
양쪽 이웃집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 하루에 불과 겨우 몇 시간씩 밖에 햇빛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른 채소들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깻잎과 오이는 잘 자라주어 우리 집 식탁에 가장 풍성하고 자연식 야채를 제공해준다.
지난 8월 초에는 각각 서울과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3명의 조카들이 우리 집에 다녀갔다. 서울에 사는 조카는 아파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뒷마당의 텃밭을 보더니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 집에 묵는 동안 우리들은 텃밭에 나가 깻잎과 오이, 방울도마토 따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자연의 힘이란 참으로 신비로워서 물만 열심히 주었는데도 햇빛을 받고 잘도 자라주었다. 스스로 그 작은 씨에서 싹을 틔우고 잎이 나오며 꽃이 피어 열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음식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경이로울 뿐이다.
어느덧 추석이 지나 완연한 가을이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별로 덥지 않은 여름을 보낸 것 같다. 20여 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올해는 별로 덥지 않은 여름을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며칠 전부터 드디어 100도를 넘나드는 인디언 섬머가 찾아왔다. 언제나처럼 여름의 막바지에서 마지막으로 찜통 같은 더위를 한바탕 우리에게 퍼붙는 인디언 섬머이지만 며칠 후면 다시 선선한 가을 날씨로 돌아갈 것이다.
’남자들은 가을을 타지만 여자들은 사계절을 탄다’고 어떤 이는 시로 썼지만 외롭다는 그 느낌 역시 아름다운 감정인 것 같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 겨울이 오는구나 하며 마음이 약간은 센티멘탈해지겠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파랗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어진 이 계절을 만끽해야겠다.
이제 뒷마당 텃밭의 몇 개 남지않은 오이나무와 누렇게 변해가는 깻잎을 바라보며 그동안 건강식을 제공해주어 고마웠노라고, 내년에도 씨를 뿌리고 기다릴 것이며 열심히 물을 줄테니 다시 만나자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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