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천년 사랑받아온 비결 과학적 증명
▶ 하루 3~5잔, 당뇨·전립선암·유방암 등 발병 낮춰 기억 형성능력 회복·치매 증상 늦추는데도 효과 ‘커피 카페인’의 특별함 밝히는 연구 이제 시작일뿐
아프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커피는 각성 효과를 지닌 에너지 음료로 널리 알려졌지만 주목할 만한 건강상의 이익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커피는 지난 수천 년에 걸쳐 가장 큰 인기를 누려온 두세 가지 음료수 가운데 하나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원산지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12세기께 아라비아 반도로 건너가 아랍인들 사이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들과 활발히 교역했던 베니스의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됐다는 정도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커피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한 의견도 다양하나 그 중에서 에티오피아어로‘힘’을 뜻하는‘카파’에서 나왔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에티오피아는 여러모로 커피와 관련이 깊다. 커피의 메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의 아비사니아 고원에서 염소를 치던 목동 칼디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는 기록도 그렇고, 대표적 커피 품종으로 전 세계 원두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의 원산지가 바로 이곳이라는 점도 그렇다.
예로부터 커피는 힘을 솟구치게 만드는 음료로 통했다.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도 자신이 기르던 염소들이 이상한 나무의 붉은 열매를 먹은 뒤 원기가 돋는 것을 보고 커피나무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마호메트의 전설 역시 ‘에너지 드링크’인 커피의 효능을 전한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천사장 가브리엘로부터 받은 신비한 붉은 열매를 다려 마신 후 졸음의 고통에 벗어났으며 40명의 남자를 말에서 떨어뜨리고 40명의 여자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왕성한 힘을 얻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커피는 처음부터 각성 효과를 지닌 에너지 음료로 통했지만 주목할 만한 건강상의 이익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미국의 국립암협회는 1995년부터 50세에서 71세에 이르는 40만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연구를 통해 커피의 건강 효과를 밝혀냈다.
연구가 시작된 후 13년이 지난 2008년에 이르기까지 5만여명의 참가자들이 세상을 떴다. 이것을 참고삼아 참가자들의 건강정보를 정밀 분석해 본 결과 동년배 그룹에 속한 남성 가운데 하루 2~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답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전혀 마시지 않는 부류에 비해 1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했다. 정기적으로 매일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쪽의 사망위험이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답한 동년배 그룹보다 13%가 낮았다.
커피가 장수와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최근에 실시된 다른 연구들도 하루 3~5잔의 커피를 마시면 성인 당뇨병으로 통하는 제 2타입 당뇨와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 전립선암, 구강암, 유방암의 발병 및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커피의 건강효과를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하루 3~5잔의 커피는 스타벅스의 벤티-사이즈 커피 한 잔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이 치매를 늦추는 방식으로 우리 두뇌 안쪽의 생화학적 환경을 재설정해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얼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학의 연구팀은 지난해 실험실 쥐들에게 산소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기억 형성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 뒤 이들 가운데 절반에게 몇 잔의 커피에 해당하는 카페인을 주입했다.
이어 산소 공급을 재개하자 카페인을 주입받은 쥐들은 나머지 절반에 비해 새로운 기억 형성 능력 회복속도가 33%나 빨랐다.
이들의 뇌 조직을 면밀히 조사한 연구팀은 카페인이 아데닌당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아데닌당(adenosine)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내 물질이다. 그러나 세포가 상하거나 심한 압박을 받을 때 밖으로 새어나온 아데닌당은 신경의 기능을 파괴한다.
세포 밖으로 유출된 아데닌당은 염증을 초래하는 무수한 생화학적 반응을 촉발시켜 신경 기능을 파괴하며 신경퇴화에 기여하게 된다. 신경퇴화란 치매를 의미한다.
한편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의 연구팀은 온건한 인지장애를 지닌 성인, 다시 말해 알츠하이머의 전조 증상으로 통하는 심각한 망각증상을 보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카페인 농도를 측정한 후 2~4년이 지난 다음 이들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혈중 카페인이 전혀 혹은 거의 검출되지 않은 환자는 약 세 잔의 커피를 마셨을 때의 카페인 혈중 수치를 유지한 환자들에 비해 훨씬 빨리 본격적인 치매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들어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커피의 효과에 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일리노이대 병리학 교수 그레고리 프로인드는 “아데닌당의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치매의 진행을 방지하거나 축소하는데 충분한지 아닌지 여부를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쥐들을 대상으로 한 2012년의 연구를 주도한 인물이다.
카페인 자체가 건강효과를 제공하는 것인지 아니면 커피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귀중한 다른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진은 지난 2011년 알츠하이머에 걸리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카페인을, 다른 한쪽에는 커피를 마시게 한 다음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카페인 추출물을 주입받은 쥐들은 커피를 마신 쥐들에 비해 기억력 테스트 점수가 낮게 나왔다.
이는 카페인 그 자체가 아니라 커피에 함유된 다른 성분이 카페인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기억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카페인과 대량의 설탕을 혼합한 에너지 드링크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주장도 진위가 확연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관련업계의 대대적인 연구비 지원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줄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인드 박사는 “아주 오랜 시간 커피는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며 “거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커피가 유익하다는 자신의 믿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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