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짐머맨에 대한 무죄평결 소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시위대에 의해 파손된 경찰차의 모습이 4.29 LA 폭동당시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맨(29)이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아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평결에 대해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언론들이 짐머맨의 정당방위를 대서특필한 가운데 평결 여파로 제2의 4.29 폭동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플로리다주 제18 순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마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짐머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해 2급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포드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초기부터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사건발생 직후 현지 경찰이 짐머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44일간 체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틴의 부모도 히스패닉계 백인인 짐머맨이 인종차별적 동기로 마틴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며 경찰 또한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수차례 제기됐었다. 이후 이 지역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항의집회는 샌포드와 인접한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뉴욕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파장이 거세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플로리다주 검찰은 올해 4월 짐머맨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의 인종적 구성에서도 흑인 배심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인종차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무죄 평결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LA, 뉴욕, 시카고, 밀워키 등 전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북가주 오클랜드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곳곳에서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지르며 경찰차를 공격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졌으며 이 일대 주차된 차량과 건물 외벽에 경찰을 비난하는 벽화를 그려 넣는 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 비난 글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 마이애매 히트의 흑인 선수 드웨인 웨이드도 트위터를 통해 ‘어린 아들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게재했으며 유명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무죄 평결은 미국인의 얼굴에 따귀를 날린 것과 같다’고 촌평했다.
■ 짐머맨 재판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이번 재판은 자경단원 출신 조지 짐머맨이 2012년 2월 플로리다주 샌포드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귀가하던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과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를 총격 살해했다는 것이 요지다.
고교생이었 마틴은 사건발생 당일 샌포드의 편의점에서 스키틀즈와 애리조나 아이스 티를 구입한 뒤 아버지 친구 집 쪽으로 걸어가다 마을 자경단장인 짐머맨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짐머맨은 거동 수상자로 보인 마틴을 불심검문하던 중 그가 흉기를 소지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철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