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천년 역사 종목 구한 ‘샴푸공장 사장’ 화제
레슬링의‘부활’이 확정된 순간 레슬링 관계자들이 랄로비치 회장을 끌어안으면서 기뻐하고 있다.
레슬링이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지위를 되찾아 종목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서 벗어난 힘은 지난 7개월간 진행한 각고의 개혁 노력에 있다.
올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때 하계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탈락한 레슬링은 이후 2020년 올림픽에 남아 있는 한 자리의 정식종목 지위를 얻기 위해 전면적인 개혁을 감행했다. 우선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올림픽에서 퇴출되자 나흘 만에 라파엘 마르티네티 회장을 사실상 쫓아내며 개혁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마르티네티 회장은 2002년부터 장기 집권하면서 안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마음껏 휘둘렀고, 밖으로는 개혁을 요구하는 IOC의 목소리를 묵살해 온 장본인으로 꼽혀 왔다.
마르티네티 회장의 퇴진은 이후 이어진 FILA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네나드 랄로비치 신임 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FILA는 3개월간의 논의 끝에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칭찬을 끌어낼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세르비아 사업가 출신인 랄로비치 회장은 3,000년에 이르는 레슬링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위기를 돌파한 ‘구원자’로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3,000년 역사 레슬링 구한 ‘샴푸공장 사장’이다.
그는 먼저 협회 조직의 측면에서는 여성 부회장 자리를 신설해 ‘양성 평등’을 구현하라는 IOC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그리고는 심판위원회를 분리하는 등 내부적인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전임 마르티네티 회장은 스스로 심판위원장을 겸직하는 납득할 수 없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 전횡을 일삼아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조직뿐 아니라 경기 진행도 팬들에게 직접 와 닿는 방식으로 개정했다. 우선 세트제로 진행되던 경기를 3분 2회전의 총점제로 바꿔 득점만 보고도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패시브 규칙에도 변화를 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팬들이 경기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비판에 발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이런 개혁의 노력은 다른 종목들과의 경쟁에서 레슬링을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야구·소프트볼이 최대 프로단체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올림픽 기간에 리그를 중단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혀 복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결국 레슬링은 5월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야구·소프트볼, 스쿼시와 함께 2020년 하계올림픽의 정식종목 후보로 간택됐다. 불과 3개월 만에 자존심 센 집행위원들의 고집을 꺾어 놓은 셈이다.
레슬링 퇴출 결정이 난 직후부터 ‘IOC가 상업성에 집착해 상징성까지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들끓은 여론을 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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