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300만달러에 계약한 외야수 자코비 엘스베리와 그의 부인 켈시가 13일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라스는 추신수에게도 엘스베리에 버금가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외야수인 추신수(31)의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은 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막을 내렸다.

추신수와 계약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아직도 텍사스 레인저스가 꼽히고 있으나 협상이 오가는 액수가 1억달러를 상회할 만큼 높은 탓인지 선뜻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추신수가 최소한 7년 계약을 원하고 있는데 레인저스는 5년 계약 이상은 안된다고 고집하고 있어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의외의 팀이 추신수를 데려갈 후보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추정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팀 중 하나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사실 애스트로스는 전혀 큰돈을 쓸 것 같지 않은 팀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애스트로스의 팀 페이롤은 2,200만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최하위였고 선수 한 명당 평균 연봉은 100만달러 이하였다.

추신수가 7년간 1억4,000만달러에 계약한다고 가정하면 평균연봉은 2,000만달러다. 만약 추신수가 애스트로스에 간다면 애스트로스는 올해 팀 전체 페이롤에 버금가는 액수를 추신수 한 명의 연봉으로 지급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식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난 시즌 51승111패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성적을 냈던 애스트로스도 만년 꼴찌로 남아있을 팀은 아니다. 팀 산하 마이너리그의 탑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채비를 마쳤고 얼마 전엔 떠오르는 스타인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를 콜로라도 로키스로부터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애스트로스가 당장 2~3년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꾸기 어렵겠지만 추신수가 7년간 애스트로스의 기둥 역할을 하면서 그 기간 중 팀의 탑 유망주들이 차례로 빅리그에 올라오면 애스트로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신수의 입지는 연봉 협상 측면에선 그리 유리한 편이 아니다. 영입전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팀들이 하나둘씩 다른 선수들과 계약하며 FA 마켓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액수의 계약을 일궈낸 바 있어 장기전으로 들어간다고 꼭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순 없다. 한 예로 지난 2011~12 오프시즌 보라스는 거포 프린스 필더에 대해 적절한 액수의 오퍼를 받지 못하자 거의 1월말까지 버틴 끝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부터 총액 2억달러가 넘는 빅딜을 얻어냈다.

추신수로선 과연 그런 장기전도 불사할지 여부와, 애스트로스처럼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걸고 베팅하는 팀도 고려할지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다음 주 중반이 지나면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에 들어가 내년 초까지 문을 닫는다. 앞으로 2~3일내에 어떤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추신수의 계약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과연 추신수와 보라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