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말 화제 - 최병곤·임애씨 가족
▶ 이민생활 40여년 자녀 한국어 교육 정성 “뿌리 심어줘야죠” 손녀도 우리말 유창
이민생활 40년째인 최병곤·최임애씨 부부(앞줄 오른쪽 두 번째부터)가 한국어가 유창한 2세인 삼형제 및 손자손녀들과 활짝 웃고 있다.
60대 중반 최병곤·최임애씨 부부는 매주 토요일이면 손녀 최다희(7)양의 손을 잡고 글렌데일 주말 한국학교를 찾는다.
이민생활 40년이 넘은 최씨 부부에게 요즘 최고 행복은 손녀딸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최씨 부부는 “친구들은 아들딸, 손자손녀들과 영어로 말한다며 의기소침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런 걱정이 없다”고 웃었다.
최씨 부부는 이민 초기 삼형제 자녀들을 모두 글렌데일 한국학교에 입학시켰다. 이후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손녀가 글렌데일 한국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대를 이어 같은 곳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민 초기 당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우리는 영어가 편하다”고 반발했다. 최씨 부부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주변 말에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삼형제 엄마인 최임애씨 생각은 달랐다.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뿌리’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최씨의 지론이었다. 엄마의 뚝심으로 큰아들 데이빗 최(37)씨와 두 동생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글렌데일 한국학교에서 ‘가갸거겨’와 한국 문화를 배웠다. 30대로 장성한 삼형제는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웬만한 읽기, 쓰기도 가능하다.
글렌데일 주말 한국학교 김숙영 교장은 최근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 낯익은 얼굴의 노부부가 손녀딸을 데리고 학교에 나타난 것이다.
김숙영 교장은 “최다희양이 손을 잡고 있는 할아버지ㆍ할머니는 20년 전 삼형제를 우리 학교에 데려다 주던 학부모”라며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아버지가 됐고 그의 딸이 아빠와 같은 한국학교에 다니기로 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다희양 어머니 이은숙(37)씨는 시부모의 한국어 사랑이 온 가족의 화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남편 데이빗 최씨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에서 부인 이은숙씨도 만났다.
이은숙씨는 “남편은 어릴 적 한국학교 가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어른이 된 뒤부터는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며 “남편은 한국학교에서 배운 한국어 덕분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컨설팅 업체를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최다희양은 한국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다희양이 한국어를 자꾸 까먹자 최양 할아버지ㆍ할머니, 아빠 모두 “한국학교에 보내자”고 동의했다.
이은숙씨는 “미국에서 자라날 딸이 한국어와 영어를 다 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학교 보내길 잘한 것 같다”며 “무엇보다 3대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우리말로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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