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버지니아 페어팩스에서 열린 미주지역 한인 성공회와 함석헌 사상연구회, 미주 희망연대 등 시민단체가 마련한 ‘남북평화통일기원 연합예배와 오인동박사 초청 통일강연회’에 다녀왔다. 통일을 향한 갈망과 열기가 뜨거운 자리였다.
조국은 올해로 69회 광복절을 맞이했다. 일제(日帝)에게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은 광복이야말로 참으로 온 겨레가 길이길이 기뻐하고 다행스럽게 여기며 민족정기를 확인하는 축절(祝節)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평화통일을 위한 염원과 온전한 광복을 위한 열망이 고국과 해외에 사는 한인의 마음을 흔든다.
어떤 사람들은 겨레의 통일에 대하여 미온적이다. 전쟁 후 60년 이상을 이대로 잘 살아왔는데 새삼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들이 산적한 통일의 길을 가야 하겠느냐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는 한반도는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국제적 이해관계의 중심에 놓여 있고, 어느 한 나라도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기에 통일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불가능하다고 체념에 가까운 주장을 내 놓기도 한다. 적지만 통일을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 시인이 노래한 바와 같이 우리 모두가 나의 삶과 겨레의 통일이 분리되어 있거나,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기만 하면 통일의 길은 그렇게 멀거나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별 마음도 없는 주변 강대국에게 맡기고 처분만 기다릴 일도 아닐 것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시로, 아마도 고국에서 널리 애송되는 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국화 꽃 한 송이에 담긴 시인의 우주적 통찰력이 놀랍다. 시인은 가을에 피는 흔한 국화꽃 한 송이도 거저 피지 않는다고 한다.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여름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고, 가을밤에 무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꽃 한 송이 피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화 꽃 한 송이를 ‘통일의 꽃’으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을지 싶다. 국화 꽃 한 송이 피는데도 이럴진대, 하물며 남북한 겨레가 하나 되고, 전쟁의 상처가 치유되고, 분단의 고통과 모순이 극복되는 통일의 꽃을 피우는 데는 얼마나 많은 소쩍새가 울어야 할 것인가.
시인은 시의 끝에서 자신도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삶과 꽃 한 송이 피는 일을 하나로 본다. 시인의 마음은 자연과 이웃과 우주가 하나 되는 마음이다. 시에서처럼 우리의 삶은 꽃 한 송이와 연결되어 있고, 식량이 모자라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과 연결 된다. 비록 고국과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지만, 나의 삶이 겨레의 통일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시를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야기가 된다. 나비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으로 쉽게 말해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비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오늘 우리의 작은 날개 짓이 약 70여 년의 분단을 허물고 남과 북을 하나로 잇는 통일을 일구어내는 거대한 통일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꽃 한 송이 거저 피지 않듯이, 통일은 거저 오지 않는다. 누군가 있어야 한다. 누가 평화통일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적임자일까? 자신의 체제에 갇혀있거나 자신의 체제만을 고집하지 않고, 남북한을 동시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번영된 통일 조국이 인류 공영(共榮)에 이바지하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보는 것 이외에 그 어떤 다른 마음이 없는 순수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하며 평화통일의 물꼬를 트려는 미주 재미교포 의사요 통일운동가인 오인동 박사의 노력은 미주지역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주 한인사회 모두가 통일의 소쩍새가 되고, 통일의 날갯짓을 하는 평화의 나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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