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젖어들다 보니 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새삼 ‘내가 누구며, 누구를 위하여 살아가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에 미치며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때마침 아내가 멕 로소프(Meg Rosoff)가 쓴 “How I live now”라는 원작을 김희정 씨가 번역한 책 “내가 사는 이유”를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내게 전해줬다.
그 책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데이지라는 15세의 소녀가 뉴욕의 집을 떠나 이모가 사는 영국으로 간다. 그곳은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그곳에 있던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면서 그곳 생활에 익숙해 질 무렵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다들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진 고생을 겪고 소녀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 후 6년이 지나 어엿한 숙녀가 된 후 영국의 그 작은 마을이 여전히 그리워서 그곳을 찾아간다. 그러나 전쟁 중에 이모는 죽고 함께 지내던 아이들만이 다 큰 모습으로 살던 집에 남아있었다. 이들 중에 그녀가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애드먼드라는 아이는 전쟁으로 인하여 고아가 된 전쟁의 희생양이었다. 애드먼드는 총명하고 사랑이 넘치는 남자아이였다. 고아가 된 애드먼드를 돌보며 데이지는 그곳을 자신의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속한 곳은 아이들이 있는 이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아있는 아이들과 함께 농장을 지키며 이들 모두를 한 가족으로 품어 안으면서, 사랑스러운 애드먼드가 내가 사는 이유라고 말한다.
나는 여태껏 사회의 무한 경쟁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다. 때로는 돈을 좇아 달려간 적도 있고, 운명처럼 돈이 나를 쫓아 왔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부유함이 가져다주는 기쁘고 행복한 마음에 가려 가족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곁에 가족이 항상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졌고 가족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늘 때가 되면 식사를 차려주는 아내에게도 그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읽은 ‘내가 사는 이유’라는 책은 나에게 사람, 아니 가족의 본질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주었다. 그 책은 나에게 가족은 서로 애정을 가지고 따뜻하게 품어 안아 주며 서로 이해하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내게 던져 주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내 곁에서 항상 묵묵히 나를 챙겨주는,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내가 사는 이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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