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추석이건만 이번은 왠지 더욱 마음이 허전해진다.
그러니까 꼭 41년전 작은 형과 내가 부모님 산소지기를 교대했다(1973년 작은 형은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 귀국, 나는 미국으로 의사수련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이제 작은 형마저 저세상 사람이 됐으니, 그 누가 알뜰살뜰 성묘를 할까? 조카들이 있다지만 기대할 수 없고 이제 외로운 산소만 우두커니 외롭게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심란해진다.
추석과 성묘는 바늘과 실과 같다. 추석을 계기로 흩어져 살아오던 형제, 자매들이 함께 모이고 정성 들여 음식장만하고 부모님 성묘하는 것이 우리들의 미풍양속 중의 하나였는데, 이제는 이런 풍습도 많이 변질된 것 같다.
자손들이 많으면 좋은 점도 많지만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는 세상이 돼버렸지만, 그래도 내려오던 관습으로는 큰아들과 맏 며느리가 집안을 이끌며 특히 조상님 성묘와 제사를 책임져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이집 저집에서 많음을 알게 된다. 큰아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도 그리 옳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형제들이 분담하고 돌아가며 협력하는 것도 형제애의 한 단면이며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진정 바람일지도 모른다.
추석이나 명절을 맞이해 늘 고생하는 집안 여인네들을 대신해 남자들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집안이 있어 집안이 더욱 화목해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제는 단 하루만이라도 여성들을 버거운 집안일로 부터 해방시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차례음식을 간편하게 한다고 제수음식을 일괄 주문하는 것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지만 홈샤핑에서 구매한 석고붕대(Cast)를 며느리들이 팔목에 하고 고향집에 나타났다는 얘기는 우리들을 좀 슬프게 한다. 드라마에 있는 얘기이기를 바랄뿐이다.
성묘문제도 그렇다. 어느 선배의 말씀은 산소를 남겨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후 자신들을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하시겠다고 하신다. 사고방식이 노인답지 않게 신선하며 모범의 첨단을 달리시는 것 같아 존경심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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