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서나 국기(the national flag)에서 비롯된 일화가 많이 전해온다. 그만큼 국기가 상징하는 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5월 평양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우리 애국가가 연주된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엔 김정은, 이설주 내외가 다녀가기도 했다. 우리 정주영 씨가 지어준 평양 소재 ‘류경 체육관’에서였다. 조선 역기연맹 주최 세계역도선수권 대회장이었다. 이때 조선 역기연맹 지도위원은 제2인자 장성택이었고 이 해프닝을 계기로 북한 군부 강경파가 크게 반발하여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남측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취소하고 장성택이 극형에 처해졌다는 것이다.
우리 태극기 게양을 한사코 반대하여 FIFA 규정을 어기고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열려야 하는 월드컵 예선 경기를 상하이로 옮겨서까지 치룬 북한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북한을 갔어도 태극기 한 장 영접을 일절 금지하는 북한이니 장성택이 태극기 게양 문제로 화를 당한 것도 가능한 분석일 것이다.
서울 소식에 따르면 곧 개막될 인천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에 북한 인공기 게양으로 말썽이 있었다. 인공기 게양은 참가 45개 국기를 모두 내걸어야 한다는 국제경기 규정에 따른 것인데 일부의 격렬한 항의로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를 함께 내렸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번 부산 아시안 대회 때 김정일 초상화와 함께 북한 인공기 게양을 허용하기도 했는데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새삼스레 보여준 일부의 태도는 북한의 행실과 무엇이 다른가. 똑같은 수준의 취급 밖에 못 받을 것이다. 대회 주최국이면 주최국답게 국제 규약대로 인공기 게양을 하고 반발하는 부류가 있으면 반발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다운 모습이 아니겠나. 일부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서 국기를 올리고 내리고 게다가 중국 오성기까지 그랬다니 이 무슨 이해 못할 처사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국민 소득이 북한의 40배에 달한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하지만 세게 최강 핵보유국 미국이 문턱까지 와서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북한을 신경과민으로 대할 필요도, 겁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극우라는 사람들은 말끝마다 ‘북의 침략’을 경고하지만 이건 겁먹은 자의 큰소리이거나 권력에 기어오르려 하지 말라는 대국민 협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북쪽에 강경노선 점령노선이라는 약점을 노출시켜 놓고 있다. 겁먹고 소리 지르면 상대만 기고만장하게 할 뿐이다. 지금 북한은 부분적으로 남한을 데리고 놀고 있다. 목제 무인기도 심심하면 띄워 보내고 탈북민 가장해서 간첩도 보내고 이상한 짓 해놓고 함께 조사하자고 덤비고…. 이게 모두 우리를 우롱하는 짓 아니면 뭔가.
인공기 게양 국제법인데 북한 달래기에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북한에서도 아시안게임 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때 우리 태극기도 평양 한복판에 나부껴야 하지 않나. 해방 70년 분단 70년이다. 아직도 국기 문제 하나로 남북이 이렇게까지 대치를 해야 하나. 원래는 남북이 우리 태극기를 함께 사용하였으나 1947년 김일성이 특별 지시하여 인공기를 제작했던 전력이 있다.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이 한반도 통일기를 만들어 사용한 적도 있다.
미중 모두가 한반도 요리에 별 수작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의 간특한 태도를 보면 저절로 쌍심지가 돋는다. 그들 앞에 남북은 지금 뭘하고 있는가. 경제인들이 이룩한 첨단 전자기기 생산에 취해 으스대기만 하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인가. 그렇지 않아도 남북문제가 목적도 없이 표류하거나 강대국들의 이권에 휘둘리고 있는 양상이다.
분단국 우리의 입장에서 국기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보안법과 국제경기 규정 사이에 민감한 사안인 것을 모르는 것 아니지만 이 기회에 남북 화해의 호재로 삼아 남북을 윈-윈으로 이끄는 지혜가 우리 남북 모두에게는 없는지 다 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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