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막힌 미인이었으면 나폴레옹이 결혼해서 황후의 관을 씌워 주었겠냐? 더더구나 조세핀은 나폴레옹보다 여섯 살이나 위고 이미 자식을 둘이나 둔 과분데 말야.” 프랑스, 나폴레옹, 조세핀하면 세상에 둘도 없이 멋진 나라, 또 그 멋진 나라에서도 비교조차 할 수 없으리만큼 멋진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과 조세핀이라고 침 흘리며 우러러보던 막내 삼촌이 내가 중학생일 때 걸핏하면 했던 소리다.
당시 삼촌은 프랑스라면 꺼벅 죽는 꿈 장이(?)였다. 덕분에(?) 철없던 나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조세핀이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 같은 미인이려니 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조세핀에 대한 글을 봤을 때 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에 의하면 “조세핀은 예쁘기는커녕 이름도 재산도 없는 몰락한 집안의 딸이었다. 단지 운 좋게 시집 하나 잘 가서 아이 둘 낳고, 과부 되고, 큰 재산을 물려받는 바람에 출세 위해 돈이 필요했던 나폴레옹이 순전히 돈 보고 결혼했다,”는 요지였다.
정말? 내 궁금증도 못 말린다. 조세핀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 맞춰 봤다. 그리고 얻은 결론: 우리 속담에 여자 팔자는 구르는 뒤웅박이라더니... 싶은 거다.
조세핀의 부모는 불령 서인도제도의 도미니크 섬에서 가난하게 살던 프랑스의 몰락한 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케인 때문에 농장마저 완전 폐허 상태였다고 한다. 파리에 살던 조세핀의 고모는 보하나이 자작의 첩이었는데 그 자작의 아들과 조세핀의 12살짜리 여동생 캐서린을 중매해서 캐서린과 자작의 아들 알렉산더는 정혼상태였었다. (12살짜리면 몰락한 집안 살리기 위한 정략결혼이 아니었을까?) 동생 캐서린이 갑자기 죽자 14살이던 언니 조세핀이 동생 대신 결혼했고 아들 유진과 딸 오텐스를 낳았다. 당시는 불란서 혁명 시절. 남편 알렉산더가 단두대에서 죽고 조세핀도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의 극심한 혼돈 속에서 공포정치를 하던 로베스피에가 처형되자 남편 죽은 지 닷새 만에 극적으로 살아나 남편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돈 있는 과부 조세핀은 파리 상류사회의 이름난 정치가, 군 장교들을 애인으로 두고 지냈는데 나폴레옹은 그중 하나였다.
조세핀과 나폴레옹은 서로의 장점을 잘 간파한듯하다. 물론 조세핀의 돈도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야심차게 두각을 나타내야 했던 나폴레옹은 조세핀이 가진 상류사회의 연줄이 필요했고, 조세핀은 범상치 않은 젊은 장군 나폴레옹의 야망, 야심에 다이스를 던진 것이 아니었을까? 1796년 32세의 조세핀과 26세의 나폴레옹은 결혼한다. 그리고 이틀 후 이태리 원정을 떠난다. 나폴레옹이 떠난 동안 조세핀은 다시 애인을 두기 시작했고 이에 분노한 나폴레옹도 맞바람 피운다.
1804년 12월 나폴레옹은 황제의 관을 자신에게 씌우고 조세핀은 황후가 된다. 둘 사이에 자식이 없자 조세핀을 설득시켜 1810년 1월에 이혼식까지 한다. 이어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루이와 결혼하고 그다음 해 3월 고대하던 아들을 낳았지만, 이 아들은 21세에 후손 없이 죽었다.
나폴레옹이 엘바 섬에 귀양 가 있는 동안 조세핀은 그녀의 저택 말메송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쳤다. 세인트 헬레나에서 나폴레옹의 마지막 말은 “프랑스, 군, 지휘관, 조세핀”이었다고 전한다.
그토록 후사를 고대해 이혼까지 불사했던 영웅(?) 나폴레옹은 정작 후손이 없다. 하지만 프랑스의 황후가 된 조세핀의 두 자녀, 유진과 오텐스는 지금껏 벨기에, 덴마크, 그리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등, 많은 왕족의 할머니뻘이 되었다.
동생 대신 시집가야 했던 도미니크 섬의 가난한 처녀, 두 아이 낳고 31세의 나이에 단두대에서 처형될 뻔 했던 여인, 그녀가 거친 많은 남자들, 그중 나폴레옹과 결혼하고, 황후가 되고…, 21세기 오늘엔 여러 유럽 왕족들의 조상 할머니가 되었으니 여자 팔자 뒤웅박 어쩌고 하는 소리가 그럴듯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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