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유림 사회복지학 박사 가정상담소 선임연구원
「야곱은 마을의 작은 다리를 건너 며칠째 앓아 누워계신 이웃 어른댁으로 향했다. 골드씨는 몇 개씩 포개어 얹은 베개에 기대앉아 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성경의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아 야곱인가?” 골드씨의 목소리는 푹신한 침대에 포근히 미끄러져 감기는 듯했다. “내가 병들어서 인사차 어려운 걸음을 했는가?” “아닙니다 골드씨.” 야곱이 말했다. “병한테는 인사치레로 왔지만 당신한테는 사랑으로 왔지요.”」
한참 전 읽었던 노아 벤셔의 책 ‘빵장수 야곱(Jacob the Baker)’에 나오는 글이다. 그 책에는 잠시 읽기를 멈추고 곱씹게 되는 따뜻하고 깊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특히 이 부분은 두고 두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나서 잠시 야곱의 이야기를 들은 골드씨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자신에게 사랑으로 다가온 젊은이의 마음이 지혜로운 말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는 아마도 충만한 기쁨과 위안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이러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내담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고,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내담자들이 그 결핍에서 오는 감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지금 이루고 있는 가족과의 관계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원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나 달리 보면 그 부모들은 아마도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을 어떻게 서로에게 표현하고 전해야할 지 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자녀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다고 여기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낯설어하는 한국 문화의 특수성이 자녀에 대한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에 방해물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비단 예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봄 상담소에서 진행된 세미나에 참여한 부모들 역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고 사랑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서 구체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알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에 워싱턴가정상담소에서는 오는 10월 7일부터 한 달간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P.E.T(Parent Effective Training ; 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부모-자녀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같이 해결하게 하고, 상호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 초점을 둔다. 단지 이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의사소통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익히는 것에 중점을 두어 워크샵이 진행될 예정이다.
에릭슨이라는 심리학자는 아동의 발달단계를 설명하면서, 특히 영유아기의 경우 부모로 대표되는 특정한 사람과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것이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기본적인 안정감과 신뢰감의 수준은 이후 맺게 되는 대인관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는 부모의 역할수행을 촉진시키면서 가정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나아가 자녀의 자아정체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올 가을 상담소에서 진행되는 P.E.T워크샵을 통해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올바로 표현하고 건강한 부모-자녀간의 관계를 이루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의사소통방법을 배움으로써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로 성장하길 원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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