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UN총회 참석차 북미주지역을 방문했을 때 동포들이 벌인 세월호 관련시위를 두고 보수언론과 단체들의 비난이 거세다. 국가의 이익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온 대통령에게 막말과 모욕을 준 행위는 나라얼굴에 먹칠을 한 종북좌파들의 매국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시위대측은 제 나라의 안전과 민주주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이 모인 UN총회에서 국제사회의 안전과 정의를 운운한다는 자체가 국가의 품격을 낮춰 버리는 망신살 스러운 일이다 라고 얘기한다. 양측의 입장이나 주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보지만 상대방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이나 본질과는 상관없는 종북 색깔론은 둘 다 오히려 양측의 주장에 대한 신뢰성이나 호감을 반감시키는 행위들이다.
막말은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 격한 감정의 표현이니 만큼 자제하라는 충고수준에서 그칠 수 있지만 사회전반의 현안들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종북 색깔론은 치열한 논쟁들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들을 이념의 틀 속에 묻어버려 논의자체가 진전되게 하지 않는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이다. 미씨들의 주장에 근거하여 무엇이 종북인지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논리적 설명 없이 무조건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천박한 정치공세이며 세월호참사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모독이다. 한번이라도 ‘미씨 USA’를 들여다본다면 이번 시위가 종북 좌파와는 무관함을 금방 알 수가 있다. 북미주지역에서 진행되어 온 세월호참사와 관련 된 각종 집회와 행동들은 참사와 무능한 정부에 분노한 북미주 ‘미씨맘’들의 자발적인 의지에서 나왔으며 진행과정에 있어서 기존 진보운동단체들의 참여가 미씨맘들의 순수성을 훼손할까봐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들 단체와의 연대를 거부해 왔었음을 알 수 있다. 미씨맘들 중에 이들 단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러한 미씨맘들의 뜻을 존중하여 단체이름을 내걸고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종북과는 전혀 관련 없는 단체들에게 종북단체란 포장을 씌워 배후조정을 했다고 몰고 있고 SNS상에는 ‘일베’들이 집회에 참여한 특정인들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 사실왜곡을 무차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 세월호 이후 사회재건을 고민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동포 엄마들은 왜 그렇게 유별나게 분노했고 행동했을까? 나는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번째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집회시위를 조직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국민들을 향해 분노하는 제왕적 사고를 지닌 대통령과 대통령의 한마디에 사이버 검열까지 하겠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나서는 검찰이 있는 사회와는 다른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식 정의구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조사하고 책임을 확실히 묻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도 정부여당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따라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최우선시하는 시회분위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었는데도 재발방지책마련을 위한 합의하나 내놓지 못하고 피로감부터 호소하는 사회가 모국사회라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이후의 대처는 우리사회가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마는 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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