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뭘까?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관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자식 키우는거”라 답하면 자녀를 키운 많은 분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부모를 만날 때면 ‘세상에 이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까’ 싶다. 아예 처음부터 말 안듣고 힘들었으면 기대도 없으련만, 순하고 착하던 아이가 덩치가 부모와 비슷해지면서 “왜요? 싫어요!”하며 대들거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아예 무시를 할 때면 화가 나다 못해 서글퍼진다.
좌충우돌하며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청소년기. 엄마에게 짜증과 화를 토하더니, 조금 있다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아들. “엄마가 뭘 알아” 쏴 붙이고 울먹이며 방에 들어간 딸이 걱정돼 문 앞에 서니, 친구와의 수다 삼매경에 빠진 딸.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살다 저녁이면 어색한 화장과 희한한 옷을 입고 친구 만나러 나가는 자녀를 바라보는 일은 ‘도대체 이 아이가 정상인가?’란 생각에 당황스럽다.
화가 난 부모가 “어디다 눈을 똑바로 떠?”하며 위협적인 표정으로 한 대 칠량 손을 올리면, 키가 더 큰 자녀는 부모의 두 팔을 잡고 위에서 내려다 보며 “때리시면 경찰 부를거예요”라고 반항하고… 청소년 문제를 상담하러 온 부모들에게 어렵잖게 듣는 이야기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명 어떤 변화가 그들의 신체와 뇌에 일어나기에 부모 뿐 아니라 청소년들 자신도 조절되지 않는 충동과 감정의 기복으로 혼란하고 힘든 게 아닐까?
청소년 시기의 신체발달과 뇌 호르몬 변화를 알면 이들의 행동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인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간 발달의 불균형, 그리고 보상을 담당하는 영역의 발달이 원인 중 하나다.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피질하 부위의 발달이 훨씬 빠른 반면, 인지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달하기 때문이다.
미 국립보건연구소 (NIH)가 2000명의 뇌를 연구한 결과 25세까지는 뇌에서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는 부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소아심리학자 제이 기드는 "18세 때 육체와 뇌의 성숙도가 최고 수준이란 통념이 깨지고, 오히려 이 시기가 가장 위험한 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성인보다 4배 많은 교통사고를 내고, 사고로 숨지는 숫자가 3배인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시각 자극에 민감해지면서 자연스레 자신과 타인의 외모에도 이전보다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얼굴의 형태와 표정을 지각하는 영역이 발달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된다. 이 때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도 더불어 급속히 발달하는데, 주로 슬픔이나 불안감, 낮은 자존감 등 부정적 감정의 영향력이 커진다.
사춘기 자녀에게 일어나는 여러 변화들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자녀를 좀 더 넉넉히 견뎌줄 수 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면, 낯설고 불안한 마음이 줄어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는 것과 같다.
‘사춘기 월드’를 향한 부모들의 여행을 돕고자 워싱턴 가정상담소에서10월 14일(화)부터 5주 동안 세미나를 한다. 주제는 ‘청소년 시기의 발달과 뇌에 대한 이해, 감정코칭과 분노조절, 인터넷 사용, 소통방법과 갈등 해결, 그리고 자녀와 건전한 바운더리 세우기’ 등이다. 저녁 7시 레니어 중학교에서 진행되는 이 세미나는 무료이고 사전 등록을 요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자녀들의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부모가 동승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넉넉히 견뎌주며 응원해주는 힘. 그 힘으로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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