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기 좋은 계절에 의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용의 딸들’ (Daughters of the Dragon).
윌리암 앤드류스가 쓰고 김서경 씨가 한국판 번역을 내놓았다. 작가 앤드류스는 이 작품으로 독립출판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우는 ‘IPPY상’을 수상하였고, 영문판 역사소설부문에서 베스트셀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아이가 소녀가 되었을 때 그녀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위안부의 삶을 피해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런 역사는 또한 반복되고 연결된다는 점에서 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해방이 되고나서 제헌국회에서는 1948년 10월에 반민족 행위자 처벌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일제에 부역하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서 일본 놈들보다도 더 혹독하게 같은 민족을 괴롭히고 일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기회주의 간신배들을 정리하고 독립된 새국가를 건설하자는 취지였다. 친일 부역자 명단을 작성하고 한사람씩 불러들여서 그 죄목을 다루었다. ‘왜 같은 민족의 젊은이와 처녀들을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내모는 데에 앞장서게 했느냐’ 면서 조선일보 방응모, 동아일보 김성수 등이 이 법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어 있었다. 당연한 역사적 청산 절차가 필요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친일 경찰들을 중심으로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다”면서 반민특위 위원들을 감금 폭행하고 알다시피 이승만의 묵인 하에 반민특위를 해산 시켜 버린다.
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60년대만 하더라도 그 때는 정확하게 몰랐었는데 ‘정신대’는 무슨 애국을 위해 온 몸을 바친 ‘자살특공대’와 같이 묘사되고 있었다는 것과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살사건만을 강조했지 그들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묻어버렸음을 기억하니 새삼 놀랍다. 민족정신에 바탕을 두고 대한민국이 세워졌어야 할 마당에 친일파들에 의해서 나라가 세워져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군사정권 시절에는 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도저히 다룰 수 없었던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난 1990년에야 ‘한국정신대 대책위원회’가 정식 발족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더 희한한 역사의 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멀뚱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세월호사건 와중에 국무총리의 장기 공백 속에서 새로 대통령으로부터 추천 받은 문창극은 ‘조선인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며 남의 신세지기를 좋아해서 일본의 한국 지배는 하나님의 축복’ 이라는 지금 상황으로 본다면 지극히 맞는 말(?)을 해서 국무총리 청문절차도 밟지 못하고 낙마해야 했다. 또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이사장에 선임된 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는 ‘반민특위의 해산이 맞다’라는 역사관을 가지고 우기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다. 나이 15세도 채 안된 조선의 처녀들 20만 여명이 일본군의 무릎 아래서 하루에 30~40명을 상대해야 했던 천인공노할 우리의 역사를 보면서도 ‘위안부들이 일본군을 부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녔다’ 고 기술한 교학사 발행 교과서를 찬양했던 송광용씨를 물론 최근에 다른 이유로 사퇴했지만 청와대의 교육문화 수석으로 한 나라의 교육과 문화를 담당할 사람으로 곁에 두기까지 한다.
국민들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오늘도 국민들의 피땀어린 세금을 거둬가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보게 하고 있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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