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여 있다.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피나 땀, 침과 같은 체액의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해도 워낙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90%가 넘기 때문에 각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 및 대처 방안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눈에 안 보이나 현미경으로 보면 엄연히 존재하는 미세한 바이러스의 위력이 실로 무섭고 공포스럽다.
반면, 존재하지 않아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지만 전염성을 가진 것들이 있다. 누군가 하품을 하면 잠시 후 교실 끝에 앉은 학생도 하품을 하는 현상이나 컴퓨터 바이러스도 그 중 하나다. 사람의 감정도 감기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을 가지는데, ‘감정의 전염’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을 뜻 한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에 가득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 굳이 그 사람과 많은 말을 안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경험을 한다. 반대로 밝고 환한 미소로 “잘 될거야” “우리는 잘 할 수 있어” 등의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덩달아 힘이 솟고 마음도 희망적으로 바뀐다.
이 같은 감정의 전염은 뇌 속에 있는 거울신경세포 때문에 일어난다. 이 세포는 남이 하는 행동을 마치 거울처럼 반영해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과 똑같이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출근길에 웃는 표정의 동료를 만날 경우 함께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 좋은 동료를 만나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끼리 한 공간에 대화 없이 2분간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만 있어도 서로의 감정에 동화된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감정이 전염성을 가지는데,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 (Cacioppo)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전염성이 높다고 한다. 그는 “공포,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감정 표출에 더 크게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 위협을 감지하며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 같은 감정의 전염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 친구의 친구, 이웃 등 3단계 건너까지 전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람이 외롭다고 느낄 경우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52%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이나 직장 내에 부정적 감정이 형성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자신의 감정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감정을 함께 모니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배우자나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이 전염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이 눌리거나 무너지지 않게 마음의 갑옷을 입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글을 게시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부정적인 글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행이 SNS에서는 부정적인 글보다는 긍정적인 글의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유는 이용자들이 SNS를 통해 좋은 감정 교류를 원하고 즐겁고 좋은 모습을 많이 올리기 때문에 나쁜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더 많이, 더 쉽게 전파된다고 한다.
가을에는 햇빛의 양이 적어져 우울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 때는 비극적인 영화나 슬픈 노래나 드라마를 피하고,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글을 일부러 찾아 읽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코미디나 쇼 프로 등을 권한다. 또한,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격려와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등 긍정적 감정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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