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김안드레아한국학교 한글날 기념 학부모 백일장 장원작품
황태윤
아버지….
오랫만에 마음껏 불러보네요.
무척 보고 싶기도 하구요.
군대 시절 반듯한 품새와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행진 사열에 뽑히셔서 하늘을 찌를 듯 한 기세로 거리를 활보하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쯤은 그 얼마나 고아하고 기상 있는 자태로 계셨을까요.
아버지가 ‘큰 딸아!’ 하고 부르시는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엊그제 같이 생생히 맴돕니다. 유난히 딸을 사랑해 주셨던 아버지. 태어났을 때부터 저를 벤츠 600이라는 이름으로 줄곧 부르시며 크고 베풀 줄 아는 인물이 될 거라고 격려해 주셨지요.
자식들 일은 마다하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을 챙기시는 것도 잊으신 채 뒷바라지 해주셨지요. 저희들이 당신의 삶의 기쁨이고 희망이라며….
당신 딸이 힘들까봐 아침이면 동네 친구들까지 모아서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공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다독이며 격려해 주시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몸서리쳐지도록 그립습니다.
아·버·지. 한번더 불러봅니다. 정말 가슴 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그리운 이름입니다.
모두들 힘들게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 맏딸이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동생들도 잘 할 수 있다며 매번 교복을 구김살 하나 없이 다려 주시고, 초저녁 잠이 많으신 분이 밤 11시에 어김없이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시고 격려해 주셨지요.
아·버·지.
한번도 눈물 없이는 부를 수 없는, 끝내기 어려운 세 마디입니다.
학력 고사 후 결과 발표 날,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다 대학교 벽보에 붙여져있는 제 응시 번호를 보셨지요. 그날이 제가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본 날입니다. 환희에 넘치는 사랑과 헌신의 굵다란 눈물방울을요.
그토록 소중하게 키우신 큰 딸을 시집보낼 때도 다정하시지만 굳센 목소리로 ‘이제 너는 황씨 집안 문턱을 다시 넘어들어 올 생각을 말아라’ 하시며 굳게 다짐을 받으셨지요. 그 때는 하늘같으신 아버지가 저를 그렇게 쉽게 내치시나 싶어 무척이나 서운하게 느껴졌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이나마 그 깊은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지금도 분명히 자식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계실 아버지.
아버지의 뜻대로 아버지께서 그토록 귀여워 해 주셨던 원준이. 그리고 아직 못 보셨던, 그리고 보나마다 더 귀여워 해 주셨을 현준이와 열심히 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워 원준이는 ‘엄마, 왜 할아버지를 땅에 심었어요?’ 하고 따지는 바람에 슬픔을 뒤로 하고 설명을 해 주었어야 했지요.
아버지, 제게 ‘주의 기도’는 아버지의 기도지요. 기도드리려고 양손을 옆으로 내밀 때마다 아버지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느낍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파김치. 김치 맛나게 해 드리고 어려서 늘 그랬듯 성당 가는 길에 꼭 팔짱을 끼고 걸어가서 같이 미사도 드리고픈 아버지. 정말 부르고 또 부르고픈 그리운 이름입니다.
아빠. 아-버-지…. 또한번 가만히 불러 봅니다. 수줍게 한마디 더 드려요.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같은 하늘 한 귀퉁이에서 평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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