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한국 사회는 물론 미주 교포사회에서도 한국의 수도권 땅굴설과 12월 전쟁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문의 진원지는 한국 개신교 일부로 한 아무개 예비역 육군소장의 간증과 자칭예언자라는 홍 아무개의 주장이 유튜브와 SNS를 타고 세인들의 눈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수도권 땅굴은 존재하고 12월 전쟁설은 신빙성이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 토목이나 국방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나름 의견을 밝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문제가 기독교인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결국 기독교, 더 좁혀 말하자면 소문의 진원지인 개신교가 세인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런 주장들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심이 퍼지고, 진실과 미담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주장이나 소문이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흔드는 이른바 ‘wag the dog’ 의 불건전한 사회적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수도권 땅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청와대 밑을 비롯하여 국회의사당 밑이나 석촌 호수 등 서울의 요충지는 물론 멀리 대전이나 목포 심지어 거제도까지 남침용 땅굴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씽크홀(sinkhole) 현상도 땅굴 때문이라고 한다.
급기야 국방부는 땅굴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였다. 물론 북한이 여러 개의 남침용 땅굴을 판 전력이 있지만, 장거리 땅굴을 만드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북한에서 수도권까지 약 60킬로 길이의 땅굴을 뚫는다면 엄청난 토목공학적 작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넓이 2미터(가로, 세로 각 2미터)의 땅굴을 판다고 하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지하수 처리 문제, 땅굴 내 전기 및 산소 공급문제, 장거리 갱도 건설 등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들어야 한다.
더구나 땅굴을 파는 과정에서 나오는 5톤 트럭 약 14만대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의 버럭(암반, 흙 등)을 북한 지역 어디엔가 처리를 해야 한다.
땅굴 하나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엄청난 토목공학적 어려움이 있는데 남한 지역에 이런 땅굴 수십 개를 만들었다는 그의 주장은 그가 아무리 한국군 장군 출신이라 하여도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비록 개인 차원의 신앙 간증의 형식이지만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12월 전쟁설에 대하여도 그렇다. “주님이 말씀하셨다‘며 자칭 예언자로 행세하는 홍 아무의 전쟁설에는 땅굴설도 함께 등장한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종북(從北) 세력에게 점령되어 있다고 한다. 전쟁이 나면 북한군은 인육을 먹고 자녀들을 납치 할 것이니 해외로 도피시키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신뢰하기 어려운 주장들이다.
물론 누구도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하여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홍 아무개가 주장하는 대로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은 한국교회가 잘못 했다고, 일부 기독교인들의 죄 때문에 북한을 일으켜 한국 전체를 참혹한 전쟁터로 만드는 폭력의 하느님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런 황당한 주장들이 일부 개신교 신자들 가운데서 간증이나, 예언의 형태로 나오고 확산되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런 주장들은 한국 사회에 은연중 불필요한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조성시키고, 북한에 대한 과대한 공포심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오히려 심리전(心理戰) 차원에서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 종북 좌파 운운하여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고, 북한을 악마화 하여 평화통일의 길을 가로 막을 수 있다.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바와 자신의 개인적 신앙체험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회 전체와 관련될 때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자신만의 종교적 확신이나 신비체험에만 의지하는 주관적 주장은 위험하다. 영적 식별(識別)이 있어야 한다. 종교인의 사회적 발언 역시 터무니가 있어야 하며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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