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을 읽으면서 나는 그것이 미국인 줄 알았다. 어린 시절 할리우드 영화나 서부활극 따위를 별로 못 보고 자란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은 나에게 나름대로 그럴듯한 미국의 인상을 심어 주었던 것 같다. 눈을 반짝 거리며 다음엔 무슨 짓거릴 할까 설쳐대는 꿈과 자유의 동심! 해 보고 싶은 짓거리엔 덮어놓고 우선 뛰어들고 보는 개구쟁이들의 모험심! 그게 바로 이제 겨우 200살 먹은 나이 어린 미국이 아니고 무엇이랴? 대한민국은 자그마치 반만년을 읊어대는 지긋하고 점잖은 현인(?)이 아니던가!
작가 마크 트웨인 역시 딱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이다. 그 사람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태어날 때 이름은 새뮤엘 클레멘스였다. 미주리 주의 미시시피 강 가 하니발(Hannibal)이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동안 강에다 많은 꿈을 뗏목에 실어 내려 보냈을 터이지. 그러니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다시 미시시피로 돌아와 증기선의 파일럿이 되지 않았을까? 증기선의 파일럿이 된 이유도 공자 맹자 찾았던 조선 시대의 우리와는 달리 극히 미국적이다. 당시 파일럿의 월급이 250달러나 되는 거금이었기 때문이란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 그는 2년간을 2,000마일 되는 미시시피를 오르내리며 열심히 공부했단다.
미시시피는 미국 거의 전역에서 흘러내리는 강물로 흙과 모래가 많이 쓸려와 완전 흙탕물이다. 어찌나 흙탕인지 마크 트웨인은 “농사짓기엔 너무 묽고 마시기엔 너무 걸쭉하다” 라고 평했으니. 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서 홍수가 나던지, 혹은 가뭄이 들면 강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엉뚱한 곳으로 흘러 물 길 따라 지도도 바뀐다.
모든 물자를 강을 통해 하구로 실어 나르던 시절엔 강의 내비게이션이 오늘날 비행기 내비보다도 어려웠나 보다. 파일럿은 모든 것을 참작하고 배를 안전하게 인도해야 했다. 따라서 월급도 선장보다 많고 지위도 높았다고 한다. 수심이 깊으면 세 길이요, 수심이 얕으면 한 길이다. 샘 클레멘스는 수심을 재고는 “한 길이요!” 혹은 “두 길이요” 하고 선장에게 사람의 몸길이를 비교해 외쳤다. 그게 영어로는 “마크 완! (Mark one! 한길)” 혹은 “마크 트웨인! (Mark twain!:twain은 둘의 옛말이다.)” 이었다.
1861년 미국에 남북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파일럿 샘 클레멘스로 돈 잘 벌며, 즐기는 담배 시가를 입에 물고 평생을 신 나게 살았을 가능성 크다. 애써서 파일럿 라이선스를 받고 난 후 이년도 안돼 남북전쟁이 난 것이 탈이었다. 강을 통해 이루어지던 물자 공급이 단숨에 싹 줄어 버린 거다.
전쟁 동안 미주리 주는 남부였는데 그는 북군에 잡혔다. 간신히 도망쳐 서부로 가 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이름을 마크 트웨인 (두길이요)으로 바꾸었다. 이건 순전 내 상상이지만 전쟁 때 도망친 전과가 있어 이름을 그리 바꾸지 않았을까? 하기야 작가라면 예명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장난기 많았던 그의 속을 누가 알랴만.
어린 시절 미국에 대한 나의 상상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에서 시작한 만큼 언젠가는 그의 고향이고, 톰과 허클베리의 고향인 하니발과 미시시피 강을 가보는 것이 꿈 중 하나였다. 첫 시도는 4년 전 3월이었는데 하니발을 눈앞에 두고 심한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되돌아 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시도해서 하니발을 기점으로 미시시피 강을 따라 강의 최하구인 뉴올리언스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나는 큰소리(?)친다. 하도 흙탕물이라 두 길인지 세 길인지는 나 역시 알 수 없지만, 또 이것이 미국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서도 말이다.
“나는 겉으로라도 미시시피를 보긴 보았노라. 하니발도 가 보았노라. 그렇게 하고자 했던 숙제 한 가지는 했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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