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흔히 감정은 ‘이성의 적대자’로 여겨졌다. 그래서 플라톤은 감정을 자극하는 모든 예술을 금지시키고 이성에 의한 통치를 주장했으며, 근대의 사상적 상징인 데카르트 역시 ‘감정적 판단보다 이성적 판단’이라는 말로 감정과 이성을 대립시키기도 했다.
동양 문화에도 ‘참을 인(忍) 세 번에 살인을 면한다’는 말처럼 선조들은 감정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다. ‘나한테 감정있어?’ 혹은 ‘감정적으로 하지마’처럼 ‘감정’이란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사람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머리나 이성으로 명령할 수 없는 지극히 솔직한 실존이다. 그러나 때론 미움, 억울함, 수치심,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머리로 ‘그렇게 느끼면 안되지’라고 명령하며 급히 눌러버리곤 한다. 그러나 억제된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였다가 ‘욱’하는 성격이 되거나 가까운 가족이나 부하직원에게 분노폭발로 표출되곤 한다. 마냥 참고 누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면, 나의 소유인 나의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소화하고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과도 친해질 수 있을까?
첫째는 떠오른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그 느낌에 감정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학자들은 감정을 크게 7 종류로 나눈다. 행복, 흥미, 슬픔, 분노, 경멸, 혐오감과 두려움이 그것이다. 그 큰 감정 그룹 안에 여러 개의 작은 감정들이 있다. 지금 어떤 한 기억에 따른 감정을 떠올리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자.
첫째는 ‘행복’이다. 사랑스러움, 고마움, 유대감, 기쁨, 황홀감, 극치감, 명랑 쾌활함, 만족감, 하늘로 붕 뜨는 느낌, 반가움, 감사함 등이다.
둘째는 기대감, 관심, 열심, 몰두감, 재미, 흥분 등의 ‘흥미로운 마음’이다.
셋째 ‘슬픈 감정’에는 우울함, 기분이 처지고 가라앉음, 절망, 실망, 후회, 미안함, 불행함, 비통함 등이 있다.
넷째는 ‘분노의 감정’인데, 그 안에도 짜증, 불쾌감, 불만, 격노, 시기심, 좌절, 환멸 등의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다. 만약 최근에 분노폭발을 경험했다면 어떤 분노의 감정이 깔려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 보라.
다섯째는 ‘경멸’인데 그 안에는 무례함, 비판적, 씁쓸함, 거부감 등이 있다. ‘혐오감’ 안에는 기피하고 싶음, 싫어함, 증오, 구역질이 있고, 마지막 ‘두려움’ 안에는 불안, 겁남, 걱정스러움, 소심함, 혼란스러움, 경악, 예민함, 무서움, 불편함 등 다양한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다.
다음은 이름이 붙여진 감정들을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고 안전한 곳에서 그 감정을 솔직히 표출하는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감정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고,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일기장이나 저널에 솔직한 마음을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기에,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나 마음에 응어리진 기억들을 한 번에 하나씩 꺼내서 바라보고 표현하는 작업을 권한다.
감정은 기억 속에 함께 저장된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 속에는 기쁨, 행복, 고마움, 친밀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이 깔려 있고, 슬프고 아픈 기억 속에는 거부당함, 모멸감, 수치심, 두려움, 좌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함께 공존한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눌려진 기억 속 감정들을 안전한 장소에서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대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정이 재경험되고 표출되고, 아무 판단과 편견없이 공감받는 일은 치유와 회복 과정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감정표출과 공감의 힘이 상담실을 넘어 부모와 자녀 간에, 부부와 가족 간에, 친구와 동료 간에, 그리고 섬기는 공동체와 매일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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