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부시절이니까 50년도 넘은 때 이야기다. 내 아내가 된 사람의 고모부가 롤렉스 시계를 소매치기 당한 사건이 일어났단다. 그런데 당시의 내무부장관이 사돈 관계였기 때문에 그의 비서에게 통사정한 결과 이틀 후인지 시계를 되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관 경찰서의 수사과 형사들이 알고 지내는 소매치기 두목을 다그쳐 시계가 주인의 손목으로 돌아온 사례다. 그처럼 범죄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관들이 범죄자들 일부와 기묘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각한 범죄가 벌어지면 경찰 끄나풀들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찰 쪽에서는 정보 제공자들에게 웬만한 범죄는 눈감아주거나 처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비교적 가벼운 것이 되도록 선처해준다. 당시의 부패된 반독재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간주한다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매사추세츠 주에서 있었던 화이티 볼저 재판을 들 수 있다.
볼저는 그의 동생이 매사추세츠 대학 총장에다 상원의장을 지낼 정도의 가문 출신인데도 젊어서부터 아일랜드계 범죄 조직에 가담하여 살인 등 잔인한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렀던 악한이다. 그같은 사람을 FBI에서 상당기간 동안 다른 범죄단체들에 대한 제보자로 사용해왔었다. 그러다가 (이용 가치가 없어졌던지) 체포 영장이 떨어지자 그를 사용하던 FBI 요원의 귀띔으로 그가 정부와 함께 잠적 도피 생활을 오랫동안 했었지만 우체국의 현상 포스터 사진 때문에 그를 알아본 아파트 이웃의 제보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내 아내의 친척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애교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한편 볼저 사건은 그가 FBI 끄나풀 하던 시절 살인을 감행했다면 그 피해자의 가족으로 볼 때 FBI가 크게 원망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사건 다 멕시코의 궤레로 주에서 발생된 경찰의 극악 무법한 행동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고 해야 옳다.
9월26일에 발생되어 그 주 만이 아니라 멕시코 전체를 경악시킨 사건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잔인하기 짝이 없는 마약 조직과 정부 관리 특히 경찰의 돈거래가 공공연한 이괄라 시에서 대학생들의 데모가 벌어진 게 9월26일이었다. 그런데 43명의 대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된 후 완전히 잠적되었으니 가족들이나 시민들이 분개할 수밖에.
멕시코 연방법무성이 조사에 나서고 이괄라시 부근을 수색하는 동안 많은 시체들이 밀장되어 있는 무덤들이 발견되었다. 그러기를 몇차례 한 다음 연방 검찰은 43명의 대학생들이 당한 운명을 발표한다. 마약 카르텔과 밀접한 거래가 있는 이괄라의 시장과 그의 부인이 경찰에게 그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는 데야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경찰은 학생들을 체포해서 마약 조직원들에게 넘긴 결과 고문을 거쳐 살해된 시신들을 암매장 했다는 것이다. 시장과 부인이 체포되기는 했지만 피해 학생들 가족의 슬픔은 무슨 수로 달랠 수 있을 것인가. 경찰을 포함한 정부의 존재 목적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임은 두 말 할 나위조차 없다.
그 같은 정부가 범죄 단체와 야합하여 시민들을 해치는데 앞장선다면 정부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멕시코의 대통령 이하 온 연방 정부가 국민의 불신을 삭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지만 정부 자체의 통계만 보아도 지난 8년 동안 멕시코 전체에서 2만 명 이상이 실종되었다는 현실 앞에서 얼마나 성공적일지가 의문스럽다.
정부와 범죄 조직의 결탁처럼 시민들에게 피해와 허무감을 가져오는 현상은 드물다. 그런 직접적인 결탁이나 부패 말고도 정부의 무능 역시 심각한 문제다.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판을 치고 있는 이슬람 테러 집단인 보코 하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0명 이상의 여자 중학생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결혼시키거나 이슬람교도들의 첩으로 팔아먹겠다고 공언한지 6개월이 되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금까지 속수무책의 무능함만 보이고 있다. 멕시코와 나이지리아 시민들에게 큰 동정을 느낀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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