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8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 “사후 20년 만에 ‘대한민국 인권상’수상: 버지니아 의사로 러시아서 탈북자 돕다 피살된 고 이주헌씨’를 대하면서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서 20여년 전 이주헌선교사 부부를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이주헌선교사 부부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는 이분들이 ‘대한민국 인권상’을 타게 된 이유를 자세히 열거하고 있다. 지난 72년부터 버지니아에서 20여 년 간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지난 93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부인 이계월 선교사와 함께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선교사로 섬기다가 한 위장 탈북자와 두 청부살인업자에 의해 순교를 당했다. 선교사 부부는 버지니아비치에 있는 타이드워터 한인침례교회를 초창기부터 출석하면서 늘 선교사의 꿈을 품고 있었다.
내가 이 선교사 부부를 만난 것은 그분들이 93년 러시아 선교사로 떠나기 2년 전이었다. 어느 날 이주헌선교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볼티모어에 있는 벧엘교회가 펼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의료선교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의사가 아닌 나는 이분들과 알고 지내지도 않았으며 어떻게 해서 나를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당시 벧엘교회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신땅이라는 곳에서 의료선교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병원건축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는 의료선교에 관련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이 선교사 부부를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 선교사 부부는 한국과 미국에서 30여년 넘게 의료계에 종사해 왔는데 이제는 이를 접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하나님께 서원한 선교사역을 감당하기로 기도하고 우리를 만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 부부는 여러 선교지를 물색하던 중 벧엘교회 의료선교소식을 듣고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선교사 부부가 들려주는 선교사명의 간증을 들으면서 기독교인의 궁극적인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일인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반문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한국 한동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었을 때인 2002년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동수 교수가 새로 부임했다. 김 교수는 버지니아주립대에서 30여년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하고 한동대에 사회복지학과를 설립하기 위해 오게 된 것이다. 하루는 김 교수가 이주헌 선교사 부부가 러시아에서 순교를 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김 교수는 자신이 자료를 수집하여 출판한 저서 ‘러시아 땅에 떨어진 두 밀알’(2000, 타이드워터침례교회)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김 교수를 통해 이 선교사 부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90년 이 선교사 부부를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반추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이선교사 부부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속으로 외치기도 했다.
김 교수 부부는 이 선교사 부부와 함께 타이드워터 침례교회에서 수십년 동안 함께 섬겼다. 나는 김 교수를 1969년 피츠버그대학에서 공부 할 때 처음 만났다. 이곳에서 신학을 마치고 피츠버그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때 나는 그 교회를 출석해서 예배를 드렸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석사학위를 더 공부했으며 후에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쳤다. 김 교수는 ‘이 선교사 부부 살해사건’이 일어난 후 약 한달 동안 하바로프스크에 머물면서 관계 자료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내가 가까이 지내며 자주 만나는 한 친구가 있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강창욱 박사다. 강 박사는 한국에서 1960년대에 해군 군의관으로 이주헌선교사와 함께 근무했다. 이 선교사와 함께 해군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분으로 소아과 신상균 박사와 산부인과 윤인배 박사도 자주 만난다.
강박사가 군대생활에서 겪은 이주헌 선교사의 이야기를 가끔 들려주면서 ‘예수를 믿는 사람의 참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자신이 예수를 믿게 된 큰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러시아에 떨어진 두 밀알’을 읽으면서 자신의 신앙을 많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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