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이 곳의 종각 평화공원에서는 한미 관계자들이 모여 조촐하지만 뜻있는 식목행사를 가졌다.
조선왕실의 고향 전주 오목대(梧木臺) 은행나무의 씨받이 자손 은행나무 두 그루가 기념식목이 된 것이다. 기증자는 뉴욕에 살고 계시는 대한 황손 의친왕녀 해경(海瓊) 옹주, 왕실 이름 이공 여사이며 또 한분은 이곳 스카이라인 산자락의 어퍼빌 정원에서 오목대 은행씨로부터 이 두 그루를 싹 틔워 길러 낸 전주리씨 종친회의 한미 혼혈 이천재(여) 의학박사이다. 이로써 워싱턴 한국 종각공원은 조선의 찬란한 문화적 향기 위에 그 살아 있는 생명의 정기를 더하게 되었다.
그러면 ‘오목대’ 사연은 무엇일까? 634년 전 1380년 고려 우왕 6년에 지금의 군산지역인 진포(鎭浦)로 일본의 소년 장수 아지발도(阿只拔都)가 약 500 척의 선박에 2만수천여명의 막강한 전투경험을 지닌 무사 집단을 이끌고 침입하여 해안 지역만을 약탈하던 종래의 왜구들과는 달리 내륙을 횡행하며 분탕질하므로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놀란 고려 조정에서는 도원수 심덕부(沈德符), 상원수 나세(羅世) 그리고 화약을 개발한 화통도감 최무선(崔茂宣)을 부원수로 하여 전선 40척에 화포를 싣고 나가 포구에 밧줄로 서로 묶어 놓았던 왜선 500척을 모조리 격파해 버렸다. 고려말의 이 선상 화포전이 세계 최초의 함포전이자 뒷날 이순신 화포전의 원형인 셈이다.
고려 수군의 화력에 놀라고 돌아갈 배를 몽땅 잃은 왜구들은 더욱 발악하며 옥천 이천 영동 황간 상주 등을 횡행하며 삼남을 초토화 하고 있었다. 고려에서는 배극렴 등 9명의 원수로 연합군을 편성하여 함양 동쪽 사근내역에서 대항하였으나 박수경 배언 등 두 원수와 관군 500여 명이 전사하는 참패를 당하였다. 그들은 해적 출신 좀도둑들이 아니라 60년 일본 전국 시기에 무사 집단 간 세력타툼에서 밀려나 일본 내륙의 기반을 잃고 해외를 떠돌던 전투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고려 조정에서는 당시 고려 제일의 정예부대를 거느리고 경이적인 30년 무패의 기록을 뽐내며 함경도 일대의 동북면 방위 책임을 맡고 있던 이성계 장군에게 구원을 요청하게 된다. 이에 이성계 부대는 함흥으로 부터 3천리를 남행 행군하여 전라도 남원 운봉을 넘어 황산(荒山)에서 왜군을 포위 공격하게 된다. 그렇게도 용맹하던 왜장 아지발도도 조선의 명궁 이성계와 여진 출신 의형제 퉁두란의 합작 연속 사격에 입으로 화살이 관통하며 떨어져 죽고 수하 군사 2만이 전멸을 당함으로써 이성계 부대는 역사적인 황산대첩을 이룩한다.
이후 이성계는 수하 부대를 이끌고 남원으로부터 개경(개성)으로 개선하는 도중 그의 5대 시조이며 뒤에 목조로 추존된 이안사(李安社)의 옛 집터인 전주시 완산구 교동의 이목대(梨木臺)를 둘러 본 후 가까운 야산에 부대를 주둔 시키고 승리를 자축하였다.
그리고 이조말의 고종황제가 그 조상인 태조 이성계의 건국의 기반이 된 이 군대 주둔지를 기념하여 비석을 세움으로서 오목대라는 이름의 역사적 명소가 탄생한다.
이 유서 깊은 오목대 은행나무씨를 이 곳에서 싹 내어 길러 낸 한국 토종 은행나무는 병이 없어 깔끔한 모습으로 천년을 산다는 장수식물로 가을이면 미국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샛노란 빛깔을 자랑할 예정이다.
해경 옹주님의 오목대 은행나무 기념식수로 워싱턴 코리안 벨 평화공원은 조선 왕실의 오천년 한민족의 문화적 향기 위에 살아있는 역사의 생명력을 품게 되었다.
뜻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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