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인 이내원 씨가 이순신 어록집을 보내주었다. 이 글의 제목은 그 어록집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今臣戰船 尙有十二, 아직 신(臣-나)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제가 죽지 않은 한 감히 적이 우리를 업신 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라고 임지에 도착한 이순신은 간략한 현지 전황을 선조에 상신 보고했다.
임진왜란 7년, 패전이 계속되는 육군과는 달리 수군에는 이순신이 가꾸고 다듬어 놓은 270여 척의 정예 무적함대가 있었다. 그러나 전직 사령관이었던 원균의 칠천량 해전의 참패로 보유하고 있던 전함들이 모두 파괴 침몰되어 고작 12척이 잔해처럼 버려져 있는 처참한 모습은 조선 수군 전멸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적장 시마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330척에 이르는 대 군단을 거느리고 지금 노량 건널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조정은 이순신을 감옥에서 불러냈다.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운명 앞에 선 이순신, 과거의 모든 원한과 감회를 접고 죽음을 각오한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그는 장수기를 높이 들었다. 전원 진격의 명령인 것이다. 진홍 보다 붉은 애국 충성으로 조국을 멸망의 위기에서 건진 그는 기함 사령탑에서 진두지휘 하다 적탄에 맞아 전사하니 그의 나이 54세였다. 13척으로 10배가 넘는 133척을 격파한 명량대첩은 세계 해전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승리의 기록이다.
이순신은 서울시 중구 인현동(옛 건천동)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성장, 32세에 무과 과거에 합격하고 곧 전라 좌수영 수군 사령관으로 임관 되었다. 때에 왜국 에서는 토요도미 히데요시가 오랜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사무라이 제후들을 통합 규합하고 여세를 몰아 조선정벌에 나선 것이다. 1592년 조선 왕조 건국 100년 후에 일이다. 부산에 상륙한 왜병들은 삽시간에 동래성을 함락 시키고 발 빠른 하야또(早足)란 보병을 앞세워 한 달이 못되어 한양을 점령하고 이태원(지금의 미 8군 자리)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남해안 방어를 맡고 있던 조선 수군의 사정은 달랐다. 대기하고 있던 이순신은 옥포 해전을 필두로 당포해전, 한산대첩 등 파상적으로 몰려오는 왜군을 상대로 24회나 되는 크고 작은 전투에서 백전백승의 기록으로 왜군을 전멸시키니, 당황한 토요도미는 해전을 포기하고 모든 수군은 육지에 진을 치고 이순신을 생포 하라는 명을 내린다. 한편 조정 에서는 이순신의 전공을 시샘하는 서인들이 원균을 내세워 이순신을 명령불복종(이순신은 비롯 왕명이라도 승산 없는 전투에는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음)의 누명을 씌우고 감옥에 투옥시킨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함은 상대적이요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해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6일 워싱턴 한국일보가 기획한 ‘다큐멘터리 이순신’ 상영회는 충무공 이순신의 재발견이란 부제가 말하듯이, 픽션이 아닌 실제 다큐멘터리 자료를 통해 한·일 역사학자들의 증언과 KBS가 양국을 오가며 현지 사적지를 답사 보고한 내용 들을 소재로 한 매우 교육적이고 의의 있는 행사였다.
“일본인들 조차 그 분을 그리 존경 한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 뿌듯 합니다” 한 참석자의 코멘트였다. 행사 후 이순신 미주 교육본부장인 이내원씨는 참석자들의 폭 넓은 질문에 답하여 충무공 이순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순신은 세계적인 해전 전략가요,‘난중일기’을 쓰고 ‘한산섬 달 밝은 밤에’와 같은 심금을 울리는 시를 읊었던 문장가요, 거북선이나 판옥선 같은 효율적인 전함을 만들어 냈던 과학자인 동시에 돈전(頓田)을 경작하여 군량미로 충당하며 제세목민하던 박애주의자 이기도 했다.
참고로 지난 11월 19일은 충무공 서거 416주년 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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