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시드니 포터가 누군지 아니?” 앙상한 가지 새로 바람 소리 윙윙대는 나무들을 보며 올겨울은 따숩진 않아도 좀 덜 추웠으면… 바라는 내게 남편이 물었다. “글쎄….”너도 한심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글은 무슨 글을 쓴다고. 윌리엄 시드니 포터가 감옥살이 할 때 지어낸 이름이 오 헨리야.” 남편이 준 한 수다. “아, 그랬구나. 근데 그 사람 옥살이까지 했네.” 오 헨리. 우리나라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 드물게다. 딱 미국 사는 한국사람 이름 같다. 윌리엄 시드니 포터는 1862년 노스캐롤라이나 태생이다. 아버지는 의사였지만 치료 약이 없던 때여서 어머니가 세 살짜리 아들 두고 폐병으로 죽었다. 뿐만 아니라 포터의 부인도 어린 딸 하나 남기고 폐병으로 죽었고. 그래서 ‘마지막 잎새’도 태어났겠지…. 어린 시절 그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건강 회복한다고 20살에 텍사스로 갔다. 거기서 이런저런 잡일도 하고 카우보이 노릇도 하며 건강 회복을 도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즐겼나 보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니까. “넌 늘 책을 읽는데 그건 무슨 책이냐?” 친구 카우보이가 물었다. “웹스터의 사전인데 재밌어.” 그 말에 친구도 사전을 구해 읽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책은 왜 그렇게 이야기가 다 한 줄씩이냐?” 하고. 단편 좋아하는 오 헨리 특유의 유머가 지어낸 소릴 게다. 그라면 사전을 ‘한 줄짜리 이야기의 모음 전집(?)’이라 부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때 에솔 에스테스라는 부잣집 딸을 만나 장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여 딸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은행서 일하기 시작 했는데 공금횡령에 걸려 뉴올리언스로 도 망치고, 다시 온두라스로 도망 다니다가 부인이 폐병으로 죽게 됐다는 소식에 돌아와 자수하고 잡힌다. 부인은 죽고, 포터는 5년형을 받아 오하이오에서 옥살이하게 된 거다. 수감된 죄수는 글을 발표할 수 없다. 따라서 옥살이 3년간 쓴 글들은 ‘오 헨리’라는 이름으로 나갔다. 그때 쓴 단편들이 명성은 얻었지만 복역자의 글임은 아무도 몰랐다. 뉴올리언스의 친구가 오 헨리라는 필명으로 잡지사와 신문사에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가 있었던 오하이오 감옥소 간수이름이 ‘오린 헨리’여서 거기서 땄다고 하는 학자도 있고, Ohio 의 첫 두 글짜인 O와 H에서 O Henry가 되었다는 학자도 있다.
죽기 1년 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 헨리라는 가명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그가 답했다. “뉴올리언스 시절 친구한테 물었지요. ‘내가 글을 써서 보낼게. 팔릴 진 모르지만, 필명을 하나 골라야 할 텐데 뭐가 좋을까?’ 하고요. 제 말에 친구가 신문을 꺼내 들고 ‘사회 유명 인사들의 이름 중 고르자꾸나’ 해서 성은 헨리를, 이름은 간단하고 쉬운 것이 좋겠다 싶어 오(O)를 골랐던 겁니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다운 대답이다.
출소 후 출판사들이 있는 뉴욕으로 가서는 술에 절어 살았나 보다. 돈과 명성은 얻었지만, 원고 마감일을 지키지 않아 신문사, 잡지사들이 무척 애먹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선물은 원고 가지러 온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술집에서 두 시간만에 써 주었다니 말이다. 결국은 술 때문에 간염으로 1910년, 47세에 죽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밀려드는 바람에 너풀댄다. 어느새 벌써…. 나목에 붙은 잎새 하나, 둘…. 한사코 매달려 보려는가? 바들바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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