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앞마당에 심어 놓은 감나무의 잎들이 찬바람에 떨고 있다. 지난봄에 예쁜 감꽃이 만발하여 이번 가을엔 많은 감을 수확할 것이라고 여름 내내 지켜보며 기다렸다. 감꽃이 빈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피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지난 여름 폭풍우가 지나가면서 조그맣게 붙어있던 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
심심치 않게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사슴이나 새들로 부터 감을 보호하려고 망사를 사다가 감나무를 덮어 놓고,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늘 지켜보았는데 며칠 전 추위가 갑자기 닥치면서 무성하던 감잎들이 하룻밤 사이에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에 죽을 힘을 다해 겨우 매달려 있는 일곱 개의 감을 보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딸과 손녀가 모두 다 따가지고 들어와 예쁜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고 쳐다보니 너무나 아름답고 흐뭇하기까지 한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폭풍우 속에서도 자기 할 일을 다해서 단단한 감으로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던 감들이 무척 대견스럽다. 보잘것없는 나무도 열매를 맺고 그것들을 지키느라 뜨거운 여름날의 폭염과 모진 비바람을 이겨낸 것이 갸륵하기까지 하다.
세상을 살아갈 때 어려운 점도 많고 피곤함에 지친 생활이지만 허리가 구부러진 감나무도 자기 일을 충분히 해 냈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이야 오죽 하랴. 때에 따라 빗물을 주고 햇볕을 주어 감이 잘 익어 가게 한 신의 섭리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감사할 따름이다. 자연을 지켜보면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느끼게 되고 인생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수감사절을 맞을 때면 늘 마음을 가다듬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풍족히 주시는 신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금년에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 마지막 남은 감 일곱 개가 더욱 더 감사하다. 내년에는 더욱 풍성히 열려서 주위에 있는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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