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 랜드에는 나무가 없다. 민둥산이다. 단조롭기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산뜻해 보여서 좋다. 오목한 손등처럼 생겼다. 키가 자라지 않는 잡초가 가을이 깊어 가는데도 푸르기만 하다. 능선을 따라 새파란 제임스 강이 그 얼굴을 내밀기도하고 감추기도 한다. 소년은 플랜테이션(대농장)의 주인이 살았을 큰 두개의 기둥이 버티고 있는 대 저택 뒤에 달린 노예들의 나무집에 산다. 그 집은 창틀이 일그러져 강바람이 소리를 내며 눅눅한 집안으로 스며든다. 소년은 그래도 이 집이 좋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집 곳곳에 배었던 사람들의 냄새 까지도. 소년은 늘 창가에 서서 강가의 등선을 바라본다. 춤을 추며 끝없이 이어져 가는 가끔씩 능선아래 꼬불꼬불 난 회색의 향토 길로 차가 지나갈 때는 저 차가 집 쪽으로 오지는 않나 기대하면서.
추수감사절 때 집 주인 벤 소장 부인이 가져온 큰 칠면조를 소년은 반도 먹지 못하고 식탁위에 남겼다. 혹시나 출장 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노을이 지는 강과 등선위에는 붉게 물들어 오는 하늘이 있다. 3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도 그 곳에 있었다. 소년은 손가락을 차가운 유리에 댔다. 어머니의 얼굴을 그렸다. 손가락 끝에 어머니의 미소 짓는 눈이 그려졌다. 축축했다.
밖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바람소릴까? 아주 작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소년은 문가로 갔다. 다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소년이 침착히 물었다. “아빠세요?" 조용했다. 소년은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어두움 속에 크고 하얀 얼굴이 올려다 보였다. 다음으로 오렌지 색 상하의가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침을 꿀꺽 입속으로 삼켰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밖이 차가운데 들어오세요." 그는 대답대신 큰 키를 약간 굽혀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눈은 소년을 피하는지 아래를 봤다. 짧게 자른 머리는 불빛에 금색으로 반짝였다. 오렌지 수의복 위에는 푸른 잡초와 흙이 묻어 있었다. 그는 초췌하게 보였다. 소년은 재빨리 그를 식탁으로 안내했다. “앉으세요." 식탁의자를 앉기 편하게 그의 앞으로 밀었다.
소년은 커피 팟에 전기를 넣고, 칠면조에 덮었던 비닐을 열었다. 그의 풀이 죽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새파란 눈 이었다. 그는 소년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급하게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여서 칠면조 고기를 먹었다. 소년은 뜨거운 커피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소리를 내며 커피를 마셨다. 소년은 귀에 들려오는 아버지의 음성 들었다. “폴, 잘 했다." 소년은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옷장에서 아버지의 옷을 꺼냈다. 그리고 아버지의 침실 앞에 놓았다.
조용한 아침은 늘 그랬다. 까마귀가 까악까악 소리를 냈다. 소년은 벌떡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버지 방문은 열려 있었다. 깨끗이 접어 두었던 아버지 옷도 그대로 있었다. 식탁은 깔끔하게 치어져 있었다. 깨끗하게 씻긴 접시가 채 마르지 않고 있었다. 창밖으로 교도소 벤 소장의 검은색 세단이 능선 아래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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