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국여행을 계획하면서 남편이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마일리지 덕분에 큰맘 먹고 일등석 한번 타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여행준비를 하며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미소...만나는 사람들한테 이번엔 일등석 타고 간다고 자랑질(?) 하는 내 모습이 속물 같아 한편으론 부끄러웠지만 설레는 마음이 한국에 갈 때 까지 즐거웠다. 공항엔 일등석 라운지가 따로 있고 샤워실 부터 미팅룸 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대우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 인가를 느끼며 간단한 식사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어 난, 커피와 금방 구운 빵을 먹으며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비행기에 오르고 승무원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총 8개의 좌석 중 달랑 우리 두 사람뿐 널찍한 화장실부터 작은방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가끔은 불미스러운 일도 있다. ‘라면 상무’에 이어 최근 대한항공 오너의 딸이 1등석에 탔다가 말썽이 난 ‘땅콩 리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한 승무원이 견과류를 건냈는데, “무슨 서비스를 그렇게 하느냐”면서 승무원을 혼냈다 하여 ‘땅콩 부사장’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승객의 의향을 물은 다음에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서 건네야 하는데 봉지 째 갖다 준 것이 어긋난다 하여 도로 게이트로 돌아가 사무장을 내리게 하여 시간이 지연돼 승객들을 불편하게 했다.
일등석에 타게 되면 어떤 우월감(?) 이 생기나 보다. 부와 명성을 가진 재벌이라면 점잖게 이해하고 그만큼의 에티켓도 같이 따라야 하는데… 재벌 딸이 다른 승객은 전혀 생각 안한 안하무인의 자세가 오늘날 한국의 재벌가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비행기 일등석을 생각하니 문득 예전에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미국 오실 때 일반석을 타고 오셨는데 화장실을 다녀오시다 앞자리는 널찍하고 비어 있기에(비지니스석) 편하게 그 자리에서 코까지 골며 주무시다 승무원이 깨우는 바람에 다시 일반석 뒷자리로 가셨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연세 많으신데 일반석을 타고 14시간 동안 얼마나 지루하고 힘드셨을까...그래도 딸을 본다는 생각에 하나도 안 힘들었다 하셨는데 지금 살아계셨더라면 일등석 한번 멋지게 태워 드렸을텐데… 돌아가시고 나니 효도 못한 것이 사무친다. 지금 이순간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주위에 사랑하는 가족, 고마운 사람들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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