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막연하나마 살포시 들떠 오르는 흥분과 설레이는 즐거움에 젖는다. 일 년의 시간의 종착역에 무사히 다다랐다는 안도감과 함께 정신없는 각종 연말행사와 더불어 성탄절을 맞으며 갖는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년 홀로, 어김없이 무언가를 잃은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돌아보면, 지난 여름 한국영화사에서 경이로운 신기록을 세우며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명량’의 열기가 이미 씻은 듯 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이 영화와 영화속 장군 이순신의 메시지를 아직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기는 한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는 음력 1598년 무술년 11월 19일 동녘이 밝아오던 이른 아침, 치열했던 고난의 54년, 강렬했던 생을 남해 관음포의 차가운 파도 속에 묻으며 떠나셨다. 이날이 양력으로는 12월 16일, 지극한 애민정신의 표본을 보여주고 순국하신 그의 기일이 된다.
12월 하면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테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으뜸 위인의 순국일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가 궁금하다.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이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무심하게 살고 있다.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 사회상을 관심 있게 들여다 볼 적마다, 그것이 마치 우리를 돌아보지 않고, 역사를 외면한 것에 대한 업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소견인가?
교육의 진가는 역사가 입증한 인류의 선과 자연의 진리를 되새기고 탐구하여 보다 나은 오늘과 내일을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런데도 세종대왕의 위대한 백성글자 한글을 배우고 써서 세계 정상급 기술을 구현하는 한국의 위정자와 교육당국은 어찌하여 세계 제일이며 우리만의 고유한 이순신 인성교본인 난중일기 읽기를 국민교육 과정에서 빠뜨려 이 곤욕을 당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영어단어 한두 개, 수학공식 몇 개 더 외우려 안달일 것이 아니라, 하루 속히 <난중일기 필독 국민교육과정>의 채택이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
한국 보다도 무려 10여년이나 앞서 인성과 역사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워싱턴 지역의 ‘이순신 문학상’이 잠시 중단됐다 다시 시작되려는 것 같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비단 한국 학생 뿐 아니라 미국 주류 중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순신 세계화의 첫 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크게 꿈틀대고 있다.
오는 12월 16일, 416회 충무공 순국일을 맞는 우리 워싱턴 동포사회가 보다 떳떳하고 당당해 질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알면서 새것도 안다 했다. 영웅 이순신 장군의 부활을 꿈꾸며, 12월, 순국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전하여, 알찬 새해를 계획하고 이루어내는 가슴 뿌듯한 한 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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