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우리들 인간들은 부지불식간에 울타리를 치고 산다.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그래도 낫다싶은 생각이 들때 지연, 학연, 혈연 그 외 모든 연과 관계되는 것으로 울타리를 두른다. 잘못된 종교관, 잘못된 사상으로 자신들만의 종교, 자신들만의 사상만 내세우는 것도 종교나 사상이라는 것을 빙자한 우월감에 기초한 울타리치기와 별다르지 않다.
1950년대 후반기 중고교 다닐 때, 서울 계동 골목 맨 끝자락에 있는 학교에 도달하려면 골목길에 있는 몇몇 고관대작 아니면 큰 재벌가의 집으로 짐작되어지는 큰 저택들이 하나같이 철문도 부족한지 높은 울타리(사실은 콘크리트 높은 담 벽)위에 철창살, 깬 유리병으로 철통 방어벽을 친 것을 보곤 어린 학생시절이었지만 이상하게 느껴지곤 했다. 방어, 보호벽이 아닌 그들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로 세상과의 절연(絶緣), 스스로 쳐놓은 감옥이다.
아흔 아홉을 가진 부자들이 100을 채우기 위해 울타리 밖에 있는 하나 가진 약자들을 못살게 군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라는 아흔 아홉을 가진 부류들이 실은 정신적으로 하나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정신적 빈자(貧者)에 속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경제적 빈자들이 사실은 정신적으론 더 부유할지도 모른다.
올해 워싱턴 한인사회는 때 아닌 보수, 진보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색깔 논쟁은 더 가열됐다. 때론 다수의 보수가 소수의 진보보다 실(實)보다 허(虛)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들은 때로 철옹성 같은 담장(울타리)을 쌓아 방어랍시고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수인됨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론 약자들을 보호해주고 대변하려는 이들까지도 자가당착적 이론과 모함으로 적대시하고 매도하는 일이 많았다.
울타리 밖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은 빈곤과 약한 위치의 대물림으로 힘이 좀 약할 뿐이지 악하지도, 약지도 못한 그야말로 선한 게 죄라면 그것이 죄일 뿐인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보수든 진보든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겸손하고 머리를 숙이며, 적극적으로 울타리 밖 사람들의 어려운 짐을 함께 지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자신이 성취했건, 부모 등 타인의 힘이 작용했건 시쳇말로 성공을 꿰찬 사람들은 정말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된 줄 착각하는 데 실은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독선, 오만과 무례를 벗어나 겸손과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이 아쉬운 시대다.
보수와 진보라는 울타리를 높디높게 쌓고는 살벌하게 서로 적대시 하고 있는 이념 전쟁은 사실 지각 있고 상식 있는 사람들에겐 안타깝고 한심스러울 뿐이다. 진보 없는 보수는 고인 물, 잘못하면 썩은 물이 되기 쉽고, 보수 없는 진보는 사상누각처럼 근본 없는 허상, 꿈에 머무를 수 있는 함정이 있음을 알아야겠다.
근본이 있고 든든한 버팀목인 보수를 바탕으로 진취, 개혁 진보사상이 조화를 이룰 때 발전이 가능하다. 서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룬다면, 보수가 바로 진보요, 진보가 바로 보수이니 보수, 진보가 방법만 다를 뿐이지 목적지는 같다고 봐야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여기에 중용(中庸)이라는 말이 있어 양극을 조화롭게 할 때 우리사회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 하는 아름다운 모범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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