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심하고 조용한 이웃이다. 잘 섞이지 못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나의 강아지와 집 근처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웃들을 만난다. 웃으며 뭔가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데 늘 까딱, 인사만 하는 정도다.
나는 조금은 별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의 친절과 불친절 가운데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무관심이 서로에게 위협감을 주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남의 눈치를 보며 나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들에게 다가가 보지만, 꼭꼭 잠긴 그들의 문은 열어보기가 쉽지 않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웃어보고 싶지만 돌아오는 메아리의 끝은 쓸쓸한 고독뿐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마음을 열어 놓고 마치 남을 웃기는 개그맨처럼 해학적으로 다가가 보지만, 끼리끼리 문화에 젖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임을 발견하고는 씁쓸한 고독에 빠진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선다. 아내가 분주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따라 바삐 손을 놀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식탁에 앉는다. 유리그릇에 담긴 주스에 여러 종류의 분말가루가 덮여 있음을 본다. “여보, 이 주스 그릇에 무엇이 들어 있어요?”하고 물었다. “사과, 토마토, 블루베리. 바나나, 브로콜리, 우엉과 아사이 블루베리 가루, 대마가루, 퀴노아 씨앗, 치아 씨앗 등이 들어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이른바 몸속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항산화 식품들이다. 시커멓게 앉은 묵은 마음의 때를 배출시키는 물질이었으면 더욱 좋으련만.
주스를 입에 넣어본다. 자연의 향기가 입속으로 가득 퍼지는 것 같다. 그와 함께 아내의 사랑이 숟가락에 얹혀 입속으로 진하게 전해져 온다. 나의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나에게 이런 말을 남기셨다.“뭐니 뭐니 해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부부가 제일이니라. 죽는 날까지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 하거라.” 오늘따라 따뜻한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긴 주스 그릇을 내려다보니 그녀의 정성에 눈시울이 흐려진다.
지난 해 10월 어느 날 아들이 커다란 박스 하나를 나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평소 내가 이층의 서재에서 있다가 오디오 시스템이 있는 거실로 내려와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 생각에는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양질의 우퍼와 스테레오 시스템의 스피커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듣는 신형 음악 오디오 스피커였다. 이제는 일부러 거실에 내려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나의 아들이 나를 꼭 안아주며 생일을 축하해 준다. 그의 따뜻한 사랑이 나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얼마전 내가 근무하는 직장으로 존경하는 박 원로목사님이 나를 찾아와 나의 손에 26명의 이 지역 원로목사님들의 귀한 말씀이 담긴 설교집을 나의 손에 쥐어주셨다. 책의 첫 머리에 “매사에 하나님께 감사하고 기뻐하라”는 말씀을 친필로 남겨 주셨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를 사랑해준 모든 이들이 있기에 나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당신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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