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어요?” “해피 뉴 이어!” “우리 오늘 모이는 거 맞죠?” 반가운 인사와 웃음소리로 상담소 한켠이 소란스러워진다. 작년 겨울 5주에 걸쳐 상담소에서 ‘P.E.T(효과적인 부모교육 훈련)’ 교육을 받은 구성원들이 이대로 만남을 끝내기 아쉬우니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모임을 갖자고 제안하여 갖게 된 사후모임 그 첫 번째 풍경이다. 한 달 동안 집에서 자녀들과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깔깔깔 웃기도 하고, 자녀양육과 관련하여 도움이 된 동영상이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운 것을 적용해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아서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놓으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자녀뿐만 아니라 남편과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힘든 일들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올 여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게 되는 아이를 둔 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엄마와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를 적게 하고, 자신도 아이와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를 적은 후 아이가 학교로 떠나기 전에 그 일들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한다. 듣고 있던 모두가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라며 부지런히 적어놓는다. 먼저 아이를 기른 선배 엄마들이 젊은 엄마들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이제 시작이니 힘들어도 그 시간을 노력해서 견디라고, 그러다보면 사는게 조금 더 편안해지고 요령도 생기더라는 희망의 말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방 안은 금새 서로를 향한 깊은 공감과 따뜻한 격려와 위로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렇게 공통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고 모델이 되어 주는 모임을 Support group(자조모임)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자조모임은 음주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A.A(Alcoholics Anonymous), 가족이나 친지, 친구 혹은 주변사람의 음주문제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Al-Anon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한 부모가 된 사람들의 모임, 사별가족들의 모임, 암 생존자들의 모임 등이 대표적인 자조모임들이다.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같은 상황에 있으면서도 그것에 지혜롭게 극복해가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을 학습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과의 진솔한 의사소통, 비난 없는 경청을 통해서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지와 안도감, 소속감 등을 느끼게 된다. 즉 다른 사람들은 이해해줄 수 없을 것 같은 나만의 외롭고 힘든 마음이나 생각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경험을 하면서 지금 처한 나의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그들과 함께 애쓰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자조모임이 역경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회적 지지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도 일관되게 밝혀지고 있다.
자조모임 안에서 만나는 이들이 때로는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또 때로는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서로에게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널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반드시 공식적인 모임을 만들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걸었던 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 당신 곁에 있다면 용기를 내어 그 사람에게 다가가 보자. 그 사람이 회복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으로 그 사람 곁에 머물러주자.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자. 판단과 비난을 거두고 수용과 존중의 마음으로 만나자. 그 만남을 통해서 그 사람도 당신도 삶의 고비를 넘기며 또 한 뼘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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