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주차장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았어요. 통화 끝내고 나서 한 20분간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들의 전화에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왠지 먹먹했던 겁니다.” 아버진 한동안 말을 끊었다.
마음이 그 날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가나보다. 카메라의 초점은 60대 노인의 눈에 고정되어 있다. 눈물이 그렁하니 눈 아래쪽으로 고인다. 노인이 입술을 연다. 하지만 말은 꺼내질 못한다. 입술이 보일 듯 말듯 떨고 있다. 입은 뭐라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나오질 않나 보다. 카메라는 그의 눈과 입에 집요하게 매달려 있다.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드디어 그의 입이 말을 꺼냈다. 겨우. 힘겹게. “아버지 안녕하신지 체크하고 싶어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말은 없었나요?” 기자가 물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도 했어요.” 아버지가 입술을 깨문다. 그의 입도 눈도 더 이상 말을 끌어내지 못한다. 다시 정지한 시간. 카메라는 아버지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한동안 피해준다. 평생 평범한 남자답게 산 한 사내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함인가 보다. “무슨 임무로 가는지는 몰라도 어려웠던 지난 17년과는 또 다른 일임은 알 수 있었지요. 이것으로 그동안 힘들었던 녀석의 임무가 끝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주먹만한 침 덩어리가 힘들게 목을 타고 내려간다. 떨어지는 소리가 철렁하니 들리는 듯하다. “엉뚱하게도 ‘내가 너와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더군요. 왜 그런 소릴 했는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60넘은 늙은이가 거길 따라가서 어쩌겠단 거예요? 완전 미친 소리죠.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릴 한 거예요.”
씬을 재조정한 카메라는 긴 숨 돌린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보여준다. “아들에게 말했어요. 사랑한다고.” 아버지가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는 트럭에서 내려 주차장을 빙빙 걸어 돌았어요. 왠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마침 거기 왔던 제 여동생이 무턱대고 걷고 있는 절 보고 웬 일이냐고 물었어요. 간호사인 동생은 내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뭔가를 읽었나 봐요.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뭐든 놓치지 않는 동생이거든요.” “지금도 그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봐요.” “빈 라덴 죽은 지가 3년 반입니다. 그런데도 그날 생각하면 이렇게 되네요. 언젠가는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겠지요.” 아버지는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메라는 아들, 라이언 오닐에게 초점을 돌려 그에게 묻는다. “아버님께서 당신 전화 받고 주차장에 20분간이나 멍하니 앉아 계셨다는데요.” “예, 그러셨대요. 전 몰랐습니다. 임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길 들었을 때는 벌써 몇 달이 지난 후였으니까요.” “그 소리 들었을 때 어떻던가요?” “저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하러 가는 일이 제가 이 땅에서 해야 할 마지막 일이 될 것이라고 봤어요. 임무 수행을 하든 못하든 우리가 다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으니까요. 그때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전화 했던 겁니다.
그 당시엔 저도 잘 모르긴 했지만 무슨 이야기인가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애들이 있으니까 제 뒤를 부탁도 하고 싶었고요. 물론 내가 지금 무슨 일 하러 간다는 이야긴 할 수 없었지만 전 아버지와 어려서부터 아주 가까웠거든요. 늘 같이 사냥 다니고, 물고기도 잡고.”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엔 어떻게 대비했는지요?” “누구나 다 한번은 죽는 것 아닙니까? 이왕 죽는건데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다면, 그 일에 동참 한다면, 내 생은 가치 있는 삶이었다고 생각했지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인 라이언 오닐의 인터뷰. 그것을 본지 몇 달 지났는데도 부자의 모습이 생생하다. 마음 문을 두드려주는 인간으로. 그런 아버지와 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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