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다 도요의 시집 ‘약해 지지마’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바다 도요는 18년째 홀로 사는 100세 된 일본인 할머니다. 산케이 신문에 시가 연재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더니 장례비용으로 모아놓은 100만 엔으로 100세에 첫 시집을 발간하여 150만부가 팔렸단다.
부유한 가정에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포기하고 험난한 여자의 일생을 살았다. 외롭고 힘든 삶을 어찌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는지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애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더니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인들에게 위로를 주고 미국에도 전해져 힘들어 지친 나이 먹은 이민자의 심금을 건드리고 있다.
시바다 도요는 고난과 마주쳐 몸부림 친 흔적이 영력하다. 탄식하고 괴로워하다 그 수렁에 엎으러 웃고 있다. 상처로 희망의 씨앗을 키워낸 것 같다. 상처가 기름진 토양이 되었다. 동서고금을 통해 문학에서, 아니 시 의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리는 주제가 고난이다.
고난을 응결시키고 몸부림쳐 삭히고 거기서 시를 짜낸다. 시는 언어의 기교나 미사여구의 지루한 나열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고여 있는 물을 그냥 퍼내어 시원하게 마시게 하면 되는 거다
시바다 도요의 시는 화려하지 않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붓 가는 대로 적어간 시집이다. 조용한 충고와 삶의 지혜를 바르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고독의 이유를 묻지 말자. 탄식도 말자. 승화시키는 방법을 배우자. 그리고 시를 읽자.
시비다 도요의 ‘잊는다는 것’ 이라는 시다.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들어 /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가는 것에 대한 포기 /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저금’이라는 시다.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우리 이야기를 대변하기에 감동이다. 주름 가득한 시바다 도요 얼굴에 구비 구비 시구가 적혀 있다.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 아들이 감기가 나아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주었습니다 /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 인가요 / 손거울 속의 내가 빚나고 있습니다.’ (행복)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아침은 올거야)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 너도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다 도요의 시를 읽고 나니 마음이 텅 빈 것 같다. 그래서 ‘외로워지면 하늘을 울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가득한 별 /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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