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이 지역 여러 곳에서는 한인 최초의 미주 이민을 기리는 한인의 날 행사가 있었다. 나도 2003년의 이민 100주년 기념식을 비롯하여 해마다 이 기념식전에 참가하고 있다.
기념의 요지는 1903년 1월 13일 한인 최초의 집단 노동 이민 103명(실제 이민 기록은 121명 중 24명 신검탈락으로 97명)이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하여 사탕수수 농장에서 비참한 노예 노동을 견디며 자녀 교육에 힘써 지위 향상과 경제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는 해피 스토리가 요지이다.
여기에는 놀랍게도 하와이 초기 이민 선조들의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산 교훈이 깡그리 빠져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1910년의 한일합방 이후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약 8,000명의 하와이 한인사회는 누계 250만 불의 독립 성금을 모아 상해 임시 정부를 지원했다고 한다. 이 금액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00만 불에 해당 한다고 하니 놀라운 모금 실적이다.
오늘날 미주한인 인구 250만 명이 1년에 1,000만불씩 통일 성금을 모으기로 한다면 5년 동안에 과연 5,000만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민 선조들의 모금 운동이 얼마나 결사적이었을까 짐작이 간다. 그래서 그 당시의 성금 명목을 보면 목숨 걸고 바치는 ‘혈성금’ 매달 한번씩 내는 ‘월연금’ 식구 수 대로 내는 ‘인두세’ 등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어차피 한국에 있었으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니 목숨값으로 기꺼이 성금을 낸다는 마음으로 심지어 <일주일에 이틀은 고기 안 먹기>를 해 가며 모두 기꺼이 모금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9년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나자 하와이 부인회원 41명이 모여 <대한애국부인회>를 결성하고 일차 1천5백불을 모금하여 독립지사 33인의 가족 뒷바라지를 지원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이들 성금을 바탕으로 만주 독립군이 결성되어 그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헤치며 봉오동, 청산리 대첩을 이룩한 피의 독립항쟁은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바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늠할 통일 논의라는 막중한 과업을 앞에 놓고 워싱턴 동포사회에는 동해병기 이후 일부가 개인 이기주의 성향에 기울면서 상호불신과 분열의 징조가 보여 뜻있는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민 선조들의 그 숭고한 나라사랑을 바로 우리가 욕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병기로 일본을 이겼다는 자만과 과신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착각이다. 일본은 1910년 한일합방으로 조선을 집어 삼킨 후 그 침략병탄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여 억지로 일본의 아류로 편입한 영문 홍보 책자를 세계 유수의 박물관, 대학도서관에 보내어 대대적인 선전을 행한 바 있다.
일본의 침략근성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고 잔인하리만치 철저하여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위에 막강한 자본력을 기울여 미 주류 정치인을 매수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이미 일부가 친일의 망발을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런데 정작 큰일은 극동방위에 일본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정책으로 미국이 은연 중 일본편을 들고 이를 이용하여 일본이 한국의 통일을 은밀하게 방해하려는 막후의 장벽이다.
동해병기보다 몇백배 중요한 남북통일에 또다시 일미공조라는 거대한 장벽이 잠복해 있다는 뜻이다. 이 장벽을 해소하는 데는 또다시 동해병기 때와 마찬가지로 재미 250만 한인의 결집된 정치력으로 미국의 일본공조를 차단하는 길 뿐이다.
시간이 없다. 우리 모두 자기중심적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로 단결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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