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한국의 이슈에 끼어드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의 인식과 정서를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 한 마디 한다. 선별적 복지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열을 올리며 열변을 토하는 한 친구가 있다. 그로부터 대여섯 번이나 넘게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인데 서울에 초등학교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을 도우라고 무슨 선물이 마련되었다 한다. 시청에서 소위 각 지역의 소득 계층을 감안하지 않고 어느 지역이나 상관없이 각 초등학교 한 교실마다 똑같이 10개씩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강남 부촌에도 이 선물이 배정 되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것을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해결한다는 것이 정말 기가 찬 짓을 했다. 그 지역에는 24평 아파트가 가장 작은 아파트이었다. 그 초등학교 교사는 ‘여기 24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하고 나서 그 24평 아파트에 산다고 손을 든 학생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다. 이 친구 왈 ‘그 24평에 산다고 손을 들고 구호물자(?)를 받은 학생이 받은 가슴의 상처를 생각해 보아라, 선별적 복지가 얼마가 나쁜 것 인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 하면서 누구에게나 복지 즉 보편적 복지이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 냈다.
그 친구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나는 보편적 복지에 반대 하는 사람이다. 나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 그래도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더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가 좋다’ 라고 아야기하고 샆었지만 그 친구는 토론과 의견 교환보다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면박을 잘 주는 친구라 이 화제가 나오면 슬슬 피했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 언론을 보면 학교에서 바로 그 보편적 복지문제가 큰 이슈가 된 듯하다. 내용인즉 경상남도의 학교 무상 급식 문제에서 선별적 급식으로 바뀌는 바람에 학부모가 데모도 하고, 학생의 일부가 등교 거부도 하고 어떤 학부모는 밥 솥을 학교로 가지고 가서 그곳에서 밥을 짓는 항의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진보적 시민 단체가 앞장서는 모양새다.
나는 우선 이러한 사람들에게 까딱하면 미국은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왜 미국의 학교 급식제도를 이야기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현 제도를 소개하자면 지금 내가 사는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점심으로 2.85달러를 학생이 지불한다. 그러는 한편 식비 보조 프로그램이란 것이 있어 학생의 가족소득에 따라 식비가 부담인 학생에게는 전액 면제 또는 일부 삭감 혜택을 주고 있다.
나는 이 제도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보고 싶다. 첫째 선별적 복지가 진정한 복지의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 하나의 파이를 의미 없이 누구에게도 똑같이 나누어 주기보다,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 숫자만큼 잘라서 그들에게 좀 많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이 선별적 혜택이 이를 받는 학생이나 누구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 가슴에 상처이니, 자존심의 상처이니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진보라면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은 혜택에서 빼고, 선별적 복지를 펼쳐나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선별적 복지를 이상한 논리로 사회 분열조장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집행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종종 어떤 이슈가 나오면 진보적인 사람이 앞장서야 할 사안에 보수적인 사람이 나서고, 진보적인 사람들은 이 사안에 소위 딴지를 왜 거는지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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