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지금도 계속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시계는 지금 몇 시인지를 알린다. 하루의 일정과 한 해의 일정이 시계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생일축하, 결혼식, 그리고 기념식 등은 몇 년, 몇 월, 몇 시라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그렇게 해야 일의 목적과 방향과 기간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시계는 계속 지금 우리가 어느 시점에 와 있는 것을 알린다. 그래서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초조하게 하고, 때로는 불안하고, 당황하게 만든다. 어느 정해진 시각에 우리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압박을 해서 마음의 여유를 잃어 버릴 때가 있다. 시계는 우리를 시계의 노예가 되어 결국 시계앞에 무릎을 꿇게 한다.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라는 독일작가가 쓴 소설, ‘모모‘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계와 시간에 대한 이해를 생각하게 해 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한 도시 마을에 모모라는 아이가 나타난다. 모모는 여유가 있었다. 모모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고, 남을 기쁘게 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모모는 시계를 따라 분주하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여서 시간을 절약하고 저축해야 한다는 회색양복을 입은 시간의 도둑신사들에게 유혹을 당해 시간을 저축하려고 정신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평화와 행복과 기쁨을 잃어 버렸다. 그들은 시계 때문에 사람을 잃어 버렸고, 일 때문에 사랑을 몰랐고, 바쁘기 때문에 남을 생각할 여유와 인생을 돌아볼 여유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살다가 시간의 노예가 되어 어느새 자기들이 빨리 늙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 시계는 더 이상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두 가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세월호 침몰 1주년을 맞아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 것과 어느 기업인의 자살과 함께 알려진 고위급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수수 사건이다. 사건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 결국 그 상황, 그 때, 그 순간만 넘어가려는 시계중심의 가치 때문에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도 모르고 있을 때는 그것이 안전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나간 시간들을 그 당시의 시계에 도둑을 맞고 말았다. 사랑과 신뢰, 의리와 정의, 기대와 성실, 이 모두를 시계가 재촉하며 알리는 그 욕심과 야망의 유혹에 끌려 그것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우리는 많은 시간들을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 그 아이들이 살아 있다면 수없이 많은 금쪽같은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일들을 다시 찾아야 하는 시간낭비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시편 37편에서 말씀합니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시 37:5, 6)
재물은 좇아가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재물이 나에게 와야 하고, 명예와 권력은 욕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심으로 사람을 얻을 때 다가오는 것이다. 정해진 시계에 따라 무엇인가 이루려고 한다면 평안보다는 불안이 찾아오고, 냉철한 이성보다는 물불가리지 못하는 야성이 나오게 된다.
시계의 사람은 이기적이고, 욕망적이다. 그러나 시간의 사람은 순리와 정도를 아는 사람이다. 부분을 보지 않고 전체를 보며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사람이다.나는 시계의 사람인가? 시간의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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