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위원회는 2009년 수상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영예의 월계관을 씌워 주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두드러진 업적을 쌓기 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의 눈초리와 함께 노벨 평화상 위원회의 공정성마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현재까지 그가 이룩한 공적보다 앞으로 이룩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전임자였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쿠바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배격했던 정책과 대조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을 앞두고 쿠바, 이란, 북한을 거론하면서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는 전기 4년 동안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한 채 현상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기에 접어들면서 활력을 되찾아 2015년 초에는 쿠바와의 관계정상화 계획을 선언하였고, 4월 11일에는 쿠바의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국교 단절 54년 만에 미·쿠바 국교 정상화에 한층 접근하게 되었다. 물론 워싱턴이나 하바나에서의 만남이 아니었고,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의 만남이었지만 오바마의 ‘역사적인 만남’이라는 발언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한편 4월 2일에는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를 이끌어 내고, 오랜 진통 끝에 이란 핵 협상 타결이라는 또 하나의 업적을 오바마에게 안겨주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크나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북미관계문제뿐이다. 만약 오바마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함께 북핵 문제에 최소한의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된다면 노벨 평화상 수상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미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는 이란 핵협상 타결을 놓고도 수긍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합작하여 오바마의 업적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마저 북한문제는 이란과 다르다는 논리로 북미간의 원만한 협상 진행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란과 북한의 현실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란은 핵개발 준비단계요, 북한은 사실상 핵개발 완료단계가 아닌가? 이란은 핵개발 기회를 연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반하여 북한은 핵개발을 사실상 인정하는 상태에서 핵무기 소형화 내지 소형 핵무기를 이용할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고 제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측으로서는 과거의 북미 핵협상에서 북한이 수차례 약속을 위반했다는 불신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측 입장과는 다르게 북한측에서는 미국이 먼저 약속을 위반했다 주장하고 있어 상호간 신뢰문제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이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으나 만약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조성된다면 북한도 외면할 수 없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다. 미·쿠바 관계 정상화 추진과 이란 핵협상 타결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마지막 남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핵 문제에 집중력을 발휘해 보다 넓은 시각과 정치적 결단으로 북미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북측도 결코 외면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메달의 빛을 더욱 환하게 빛나게 할 수 있는 남은 임기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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