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세월의 빠름을 한국에서 흔히들 하는 말에 50대는 50킬로미터로 달리는 인생이고, 60대는 60킬로미터로, 70대는 7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인생이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세월의 빠름을 50마일, 60마일, 70마일로 이야기하는데, 이 말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느낌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한국에서는 킬로미터로, 미국에서는 마일로 이야기할까? 물론 “도로의 표지판이 킬로미터와 마일로 다르니까”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1마일은 1.6킬로미터를 조금 넘으니 이 넓은 미국 땅에 사는 것이 세월의 흐름을 조금 더 빠르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넌센스 같은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은근과 끈기’, 혹은 ‘기다림의 여유’라며 낚시를 찬양한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찌를 바라보며 기다린다는 것, 그래서 성질 급한 사람은 즐기지 못하는 레포츠가 낚시고, 어떤 성질 급한 사람은 낚시를 통해 기다림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놀이공원이나 화장실 등 여러 곳에서 길게 줄 서 있는 광경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사람이 많은 것이 새로운 세태이지만, 어떤 사람은 자꾸 앞을 보면서 조급하게 인상을 쓰며 자신의 차례가 빨리 오지 않는다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앞뒤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의 표정은 맑고 밝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 갈수록 느긋하고 기다림에 익숙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 말을 듣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상대방의 이야기 중간에 자르고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을 종종 보고는 한다. 예전에 가정 상담사 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결혼해서 몇 년을 살던 부부가 더 이상 같이 살지 못하겠다며 다툼을 벌이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상담사를 찾았다. 상담사가 ‘무엇 때문에 살기 어려우냐?’고 묻자 남편과 부인은 서로 각자의 주장을 하려 하자 상담사는 앞에 물컵이 놓인 사람만 발언할 수 있다며, 물컵을 부인 앞에 놓았다. 부인이 이야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중간에 끼어 자기의 주장을 하려 하자 상담사는 “물컵이 부인 앞에 있으니 기다리라” 하며 남편을 제지하였다. 이후에도 부인이 조목조목 이야기를 진행하는 도중 남편이 끼어들려 할 때 마다 상담사는 남편의 입을 막았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문제점과 자신의 불만을 한 참을 털어 놓는 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분해 지면서 불만의 강도가 약해지더니 나중에는 남편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마쳤다 한다. 처음에는 부인의 부당함이나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부인의 말을 자르며 끼어 들려 시도하던 남편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의 말에 수긍을 하거나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부인이 말을 마쳤을 때 상담사는 물컵을 남편에게로 옮겼다. 드디어 남편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남편은 부인이 주장했던 것에 자신의 변명 혹은 이유를 설명하려 했던 것은 잊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부인의 장점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상담은 끝났다. 기다림의 결과다.
‘한 숨 돌린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이것은 순간적인 기다림이다. 낚시하는 사람이 찌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도 이 ‘한 숨’이 모여 ‘한 참’이 되는 것이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한 숨의 여유를 모아 밝은 표정으로 즐기는 것이다. 무언가 다급하게 하고자 할 때 한 숨 돌리며 기다림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빠른 세월을 살아가는 큰 지혜인 것이다.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한 숨 돌리며 나에게 무엇이 오고 있는지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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