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자기 부모를 보러 시카고에 일주일간 다녀온다고 한다.
아들은 며칠 휴가를 낸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혼자서 아이들 3명을 돌보아야 할 일이 걱정이라 한다. 5세와 9세의 남자 아이들은 집에서 두 블락 떨어진 스쿨버스 정류장에 8시40분까지 데려다 주고 오후에 끝나면 다시 같은 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니 그때 맞추어 아들이 집에 돌아 온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살짜리 손녀딸이 정말 어중간한 시간인 오전 9시30분에 시작하고 1시 반이면 끝나는 프리스쿨에 꼭 가겠다고 우긴단다.
손녀딸은 할 수 없이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자동차 뒷자리 아기 의자에 앉은 애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희 학교에서 정말 공부를 배우니?” 하고 물으니 아직 말이 서툴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예스” 라고 하는 투가 마치 할머니 뭘 그런 걸 물어봐요 하는 것 같았다. 학교는 당연히 공부 배우는 곳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하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우리는 며느리가 가르쳐준 대로 10분 정도를 지나왔다 생각했을까. 그곳에 하얀 빌딩의 교회를 보았다. 바로 그곳에 유치원이 있다고 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손녀딸 에게 물었다. “이곳이 너희 학교가 맞니?” 하고 물으니 그 애는 큰 눈을 깜박이며 “예스, 예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미리 설명을 들었다고 해도 세상에 내가 지금 두 살짜리 아이에게 길을 묻고 있고, 그 아이의 대답을 믿고 계속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저 애가 무얼 안다고... 하지만 그동안 자기가 오던 학교라서인지 그 곳을 기억하고 정확히 알고 있는듯, 뒷문을 돌아서 차에서 내리니 그 애는 어느새 선생님이 계신 교실로 향해 달려간다.
나는 학교를 오는 십 여분동안 아직도 서투른 발음을 하는 그 애에게 “아이- 러브- 유”를 가르치며 유(YOU)에서는 상대방을 가르키듯 손가락을 내 밀었다. 몇 번이나 “아이-러브-유”를 연습하고 있던 손녀는 내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아이- 러브- 미(I love me), 아이 러브 미” 를 계속 이어갔다.
그제서야 나는 생각했다. “그래, 당신을 사랑하는 것 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두 살 먹은 손녀에게 “I love you”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더 중요한 과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 내 가족, 내 이웃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도 모르면서 어찌 남을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
중국의 유명 고서 ‘손자병법’에도 나를 먼저 알고 적을안 다면 이는 백전백승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나 자신을 먼저 사랑 하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먼저 알며, 또 자신을 칭찬하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
얼마 전 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워싱턴 한인가정상담소 에서 감정코칭 세미나가 있었다는데 그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은 항상 자신을 갖고 자기를 사랑하고 돌보며 내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기억하라고 했다 한다. 그리고 언제라도 상대방 감정을 살피고 마음을 열며 자기 칭찬뿐만 아니라 남 칭찬에 절대로 인색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또한 남을 칭찬하는 버릇은 돈이 드는것도 아니니 몸에 익혀 누구라도 배워서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에 마음을 열고,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더 밝고 아름다워질 거라 했다.
오늘도 나는 새삼 우리가 어떤 나이에서라도 누구에게라도 매일 배울 것이 있음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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