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년전인 2009년 5월13일, 신문들은 일제히 ‘억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뇌물로 받은 시계를…’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르네 지라르는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이라는 소설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독특한 탐구를 제시하였다.
요즈음 필자의 생각 언저리에는 ‘한국인들의 병적인 무지와 무관심’, ‘소설과 사실’ 같은 것이 머리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신문에 그런 발표가 난 뒤로 정확하게 열흘 뒤에 노무현 대통령은 몇줄 유서를 스스로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태광실업 박연차라는 사람이 누군줄도 몰랐는데 퇴임한 전직대통령에게 이명박 권력은 집요하다 못해 구질구질했다. 3년전에 회갑선물로 별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시계를 대통령에게 선물로 갖다 준 걸 ‘대가성 뇌물이니 어쩌니, 받았니, 어디다 뒀니’를 캐물었던 모양이다.
살다살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 정도인가. 일국의 대통령을 했던 사람은 그 때 무슨,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도 소몰이 목동만도 못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대통령을 했다는 자체가 한없이 자괴스럽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이보다 더한 일을 김대중도 당했다. 노련했던 김대중은 검찰과 언론을 알았다. 무슨 발표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역대응을 해왔다. 언론과 검찰들이 어찌해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언론과 검찰에 대응을 해 오자 아주 무식한 물리적 방법 밖에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김대중에게는 호남이 있었다. 전혀 전세가 불리하면 호남으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몸을 던져 줄 호위무사가 10명, 많게는 50이 넘쳐났다.
노무현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 배경도 없다. 병법으로 치자면 적진 한 가운데 텐트치고 있는 형상이었다. 언론과 검찰에 대해서 바보스러울 만큼 순수했다. 그런 것 자체가 싫었을 수도 있었다. 아예 그런 격식이나 요식을 경멸했다고 봐야 할것이다. 지금도 ‘누가 친노냐?’ 하면 나서줄 사람이 단 한명도 없게 보인다. 사실일 수도 있다. 마음속에 모두 노무현의 조각이 한 두 개쯤 있을 지라도 노무현은 아니지 않는가. 그들의 무관심과 방관도 일리는 있다. 물론 나 자신도 그렇다.
한겨레와 경향까지도 ‘논두렁’에서 같이 놀아났다. 원래의 적들은 그렇다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란 것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것이었지만 대통령 말년에 이들의 요구 또한 결코 조중동과 다를 바가 없었다. 누구하나 기댈 언덕이 없는 허허벌판에 서 있는 ‘상록수’처럼 그는 그렇게 퇴임 후를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역사와 민족에 대해서 간사하고 간악한 무리들은 그 상록수마저 베어버려야 했던가 보더라.
‘양심, 상식, 원칙’ 이런 것은 모두가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인간 내면적 가치에 속하는 것이다. 눈 앞에서 양심을 소리 높인다고 해서 양심일 수가 없는 것은 ‘양심을 팔지 말라’고 하는 말로 유추해 보면 더 빠르고도 확실하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들이 무엇인지를 한국의 검찰은 알고 있었고, 언론들도 알고 있었는데 ‘바보 노무현’만 모르고 있었다.
‘왜?’ ‘ 바보였으니까’
그런데 지난 2015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던 대검중수부장 이인규는 무슨 영문인지 ‘논두렁 시계’로 전직대통령을 망신 주는 일은 ‘국정원이 주도해서 만들었던 언론플레이’라고 경향신문에 밝혀버렸다.
‘논두렁 시계’는 세상에 없는 말이다. 정신 좀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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